"난 내 새 리바이스 청바지가 너무 좋아." 미국 NBC방송 드라마 '사무실(The Office)'의 이달 말 방영분에서 남자 주인공이 몸매 자랑을 하면서 '뜬금 없이'하게 될 대사다. 이 대사는 제작비를 지원한 미국 청바지 회사 리바이스를 위해 특별히 삽입됐다. 뉴욕타임스는 2일 미국에서 PPL(Product Placement·간접 광고)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광고 상품이 영화나 드라마 여기저기에 등장하는 차원을 넘어 이제는 광고주를 위해 대본까지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드라마인지,광고인지 리서치회사 닐슨 미디어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미국인들이 6개 공중파 방송에서 본 간접 광고는 10만건에 달했다. 코카콜라가 2900번,나이키가 1400번,스포츠음료 게토레이가 1200번,도요타 자동차는 840번 나왔다. 드라마 속 인물이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도요타 자동차를 몰고 가는 장면이 수시로 연출된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간접광고 시장 규모는 35억달러에 달해 5년 전 16억달러에서 두배 이상 커졌다. ◆TV 직접광고는 삭감·동결 PPL의 성장은 코카콜라나 P&G 같은 거대 광고주들이 TV 광고 지출을 삭감 또는 동결하고 간접 광고 예산을 대폭 증액한 결과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인터넷 배너,스팸 메일,텔레 마케팅,휴대폰 문자 등 각종 광고에 하루종일 둘러싸여 살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고작 30초 동안 상품을 노출시켜서는 매출을 끌어올릴 수 없다고 판단한다. 반면 PPL은 프로그램의 줄거리 및 캐릭터와 적절히 조화를 이루기만하면 시청자들의 집단 의식에 은근하고 효율적으로 해당 상품을 침투시킨다. 실제로 제너럴모터스는 신입사원을 뽑는 NBC방송의 리얼리티쇼 '견습생(Apprentice)'에 내년 출시 예정인 폰티악 솔스티스를 등장시킨 후 방송 후 40여분 만에 1000대가 넘는 예약 주문을 받았다. ◆콘텐츠 순수성 훼손 논란도 그러나 PPL 광고주들이 대본작업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콘텐츠의 순수성이 훼손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방송·시나리오 작가들의 반감은 특히 크다. 이들은 광고대상 시상식이 열렸던 지난주 뉴욕에서 PPL 광고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의 시위를 벌였다. 반면 광고주와 프로그램 제작사측은 PPL의 성장을 오히려 반기기까지 한다. 광고 수입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제작비를 충당하려면 PPL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무실'의 외주 제작사인 리벨리의 벤 실버맨 사장은 "무수히 많은 브랜드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게 현실인데 방송에서 이를 보여주는 게 왜 나쁘냐"고 반문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