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이공계 대학 정원은 졸업생 기준으로만 봐도 1987년 2만7868명에서 90년 3만514명,95년 3만6032명,2000년 5만1673명으로 급증했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서도 2002년 6만5522명,2004년 6만9147명으로 증가 추세는 계속됐다. 장 교수는 의대나 법대의 경우 이익집단이 저항하면서 배출 인력을 항상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 데 비해 이공계는 대학마다 손쉽게 정원을 늘려왔고 그에 따른 공급 과잉과 질적 저하가 이공계 전체의 위기를 불러온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이공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교수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 대학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것. 물론 반론도 많아 이공계 정원의 과다 여부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대 주승기 교수(재료공학부)는 "한국이 앞으로 살아갈 길은 기술밖에 없으므로 인력을 줄이기보다 질적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의 실험실 개방 등을 통해 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미취업자들이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공계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문제라는 데는 대부분의 교수들이 견해를 같이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공계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는 분야별 졸업생의 불균형과 각 분야에서의 질적 수준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과기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소프트웨어 분야 신규 수요는 4만7747명. 하지만 이 분야 인력 공급은 2만1040명에 그쳐 2만6707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반면 컴퓨터 하드웨어 분야는 공급이 2만596명으로 수요(1만8036명)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질적 수준의 불일치는 더 심각하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디지털 전송분야 대학 졸업생들의 질적 수준은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 암호화 저작권 분야의 경우엔 30% 수준에도 미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이공계 대학 졸업생들은 기업들이 뽑아주지 않는다고 아우성이지만 산업계에서는 채용 인원을 늘리고 싶어도 '쓸 만한 인력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주먹구구식 대학 정원 늘리기와 인력수요 예측이 잘못된 때문이다. 대학 교육과정에 산업계의 요구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점도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