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ㆍ신한 "지주회사로 맞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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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금융지주회사 설립 예비인가를 받은 하나은행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골드만삭스를 지주회사의 1대 주주(9.4%)로 끌어들인다.
이로써 오는 12월 초 예정인 하나금융지주의 출범이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도 지난달 말 출범,내년 4월 합병을 위한 대장정에 들어갔다.
신한·조흥은행의 통합이 마무리되면 신한금융지주는 지주회사 체계를 완료하며 단숨에 국내 2위 은행을 거느린 공룡 금융사로 도약한다.
신한과 하나지주는 후발은행으로 시작,지주회사로 변모하며 국내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양사 간 경쟁은 신한지주의 라응찬 회장과 하나은행의 김승유 의장 간 카리스마 대결 양상을 띠고 있어 주목된다.
◆하나금융지주 출범과 영토확장
하나은행은 내달 1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지주회사와의 주식교환 등을 위한 법적절차를 거친 뒤 오는 12월1일 하나금융지주를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금융계는 하나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이 체제정비가 아닌 새로운 영토 확장을 위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하나은행의 총자산은 99조원.국민은행(198조원) 신한은행(조흥 포함 162조원) 우리은행(경남·광주은행 포함 148조원) 등에 비하면 한참 밀린다.
대투증권 인수로 증권분야에서는 강자로 올라섰지만 카드 보험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하위권이다.
하나은행 수뇌부들이 여러 차례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지주회사 출범 후 하나은행이 본격적인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은행은 당초 LG카드를 M&A 타깃으로 삼았지만 최근 외환은행으로 방향을 틀었다.
"외환카드를 갖고 있는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굳이 LG카드를 살 필요가 없다(하나은행 고위관계자)"는 판단에서다.
고객의 충성도 등 자산의 질적 측면에서 외환카드가 훨씬 우위에 있다는 것.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후보 가운데 하나로 거론돼온 HSBC(홍콩상하이은행)가 최근 뜻이 없음을 밝힌 것도 하나은행으로선 유리한 여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다.
외환은행의 시가총액은 7조5000억원.하나은행(7조2000억원)보다도 크다.
론스타가 보유한 지분 51%를 시장가격으로 인수하더라도 3조8000억원이 필요하다.
만약 론스타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요구하면 인수금액은 4조원이 훌쩍 넘는다.
하나은행 단독으로는 사실상 인수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금융계는 하나은행이 외국계 투자가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나은행이 골드만삭스와 제휴,하나금융지주의 1대 주주 자리를 골드만삭스에 내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신한지주의 은행통합
신한·조흥은행 통합을 위한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통추위가 출범함에 따라 두 은행의 합병에 가속이 붙고 있다.
통추위 구성은 '선통합 후합병' 방침에 따라 지난 2년간 공동 경영 기간을 가져온 신한과 조흥은행이 법적 합병의 첫 단추를 꿰는 것으로 본격적인 합병의 신호탄이다.
국내은행 4위와 5위인 신한은행(2005년 6월 말 86조원)과 조흥은행(76조원)이 합병하면 자산규모 162조원으로 단숨에 우리은행(119조원)을 제치고 국민은행(198조원)에 이어 2위로 올라선다.
은행권의 판도변화가 불가피하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을 인수한 이후 지난 2년간 단계적인 작업을 진행해 감성통합 등 통합의 '큰 틀'은 이미 80% 이상 달성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통합은행의 HR(인사)제도는 지난 8월 완료됐다.
내년 10월 가동될 차세대 IT시스템의 설계도 마무리됐다.
두 은행의 고객만족센터와 e-비즈니스사업부는 지난달 말부터 신한은행 본점에서 합동 근무를 시작하는 등 조직통합도 시작됐다.
통추위는 이 같은 선행통합작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통합은행명과 행장,존속법인,양행 간 직급 및 점포조정 등 남아 있는 핵심 쟁점을 결정하게 된다.
김병주 통추위원장은 "어느 쪽이 통합은행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가가 통합행명 등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조흥은행 노조의 반발이 변수로 남아 있다.
조흥 노조는 최근 금융감독위원회가 2003년 9월 신한지주에 대해 조흥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도록 승인한 처분이 무효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또 2003년에 작성된 6·29 노사정 합의서의 이행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금융계는 통합은행의 진짜 과제는 두 은행이 가진 장점과 잠재력을 조합해 '크고 강한 뉴뱅크'를 만드는 데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진모·유병연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