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내 몸에 딱맞는 '사랑쇼핑'‥'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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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가 주연한 드라마 '매그놀리아'(1999)와 휴 그랜트가 출연한 로맨틱코미디 '러브 액츄얼리'(2003)는 다양한 인물들이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민규동 감독의 로맨틱코미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도 10여명의 등장인물들이 수놓는 다채로운 사랑을 모자이크식으로 구성한 영화다.
극중의 커플들은 다른 커플의 존재를 모르지만 동일한 시간 혹은 공간 속에 얽혀 있거나 스쳐 지나간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채널을 서핑하듯 움직이며 스토리를 자기 입맛대로 편집하는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 문화에서 성장한 젊은이들과 함께 탄생한 것이다.
물론 이 작품 속 이야기의 파편들은 '사랑'이란 내적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또한 수많은 로맨틱코미디들과 비슷한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페미니스트 여의사(엄정화)와 쌍욕을 남발하는 마초 형사(황정민), 구두쇠 노인, 소녀 같은 중년여성, 착하지만 무능한 신혼부부, 뭇여성들의 우상인 유명가수를 짝사랑하는 예비수녀,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꼬마를 한사코 거부하는 노총각, 여자보다 남자를 좋아하는 동성애자와 아들 간의 관계에는 저마다 아픔과 사연이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7일간에 걸쳐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랑이야말로 존재의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요소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다.
특히 감독은 예비수녀와 유명가수의 관계에서 '사랑이 곧 기적'임을 이야기하려 한다.
캐릭터들이 일반적 개연성에 따라 움직였더라면 흥미가 반감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여러 에피소드들은 예측불허의 상황을 빚어낸다.
예비수녀는 다쳐 쓰러져 있는 가수에게 노래를 불러줄 것을 요구하고 만취한 여의사의 치마를 정돈해 주다가 들킨 형사가 내뱉는 대사는 폭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지금 (치마를) 내리고 있어요." 그렇지만 어린이의 대사는 너무 어른스럽게 들린다.
7일 개봉,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