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나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서 백색(흰색)이 퇴조하고 은색이 부상하고 있다.


과거 백색에 편중됐던 소비자들의 취향이 은색 계통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3일 시장조사전문업체 마케팅인사이트(www.mktinsight.co.kr)가 최근 전국의 차량 보유자 13만630명을 대상으로 구입연도별 차량 색상을 조사한 결과 '백색 퇴조,은색 부상'의 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상반기까지 새 차를 산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한 색상은 은회색(25.6%)이었다.


검은색(19.3%)이 뒤를 이었고 순백색(18.7%)은 3위로 밀렸다.


은회색 비중은 2000년만 해도 16.6%에 불과했지만 2001년 20%를 넘어섰고 지난해 25.7%로 처음으로 순백색을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은회색 계통인 은색 비중도 8.9%로 2000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나 은빛 계통이 전체적으로 34.5%에 달했다.


올 들어 판매된 새 차 3대 중 1대꼴로 은빛 계통이라는 얘기다.


반면 2000년 28.2%였던 순백색 비중은 지난해 21.1%로 떨어진 뒤 올해는 18.7%로 급락했다.


주로 대형차에 많은 검은색은 지난해와 올해 18%대를 유지,꾸준한 편이었다.


"2년 후 차를 구입할 계획이 있다"고 답변한 5만4658명을 대상으로 원하는 색상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순백색은 14.1%로 검은색(26.1%)과 은회색(18.9%)에 밀려 3위에 그쳤다.


자동차뿐 아니라 '백색가전'으로 일컬어지는 생활가전 시장에서도 화려한 색상의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흰색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LG전자의 경우 양문형 냉장고 디오스나 에어컨 휘센의 스탠드형 제품 등은 흰색 모델 비중이 전체의 30%를 밑돈다.


이 회사는 최근 세탁기에도 파격적으로 빨간색 계통인 와인레드 색상 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올해 선보인 2005년형 하우젠의 에어컨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은 자주색과 검은색이 적절히 혼합된 '카르멘 와인(칠레산 포도주의 한 종류)색'이 주종.삼성 냉장고 지펠은 카르멘 와인 외에도 사파이어 블루,오가닉 골드 등 모두 7가지 색상 가운데 고를 수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올해 출시한 에어컨 클라쎄에 아르데코 실버,미스틱 레드,크레타 블루 등 다양한 색상을 적용했다.


마케팅인사이트 관계자는 "밋밋한 순백색보다 색상이 약간 가미된 은회색이나 청색 빨간색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흰색 제품이 퇴조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색상 취향이 다양해진 데다 흰색은 값싼 제품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