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착순으로 1만명을 무료 상담해 드립니다." "10개월 카드 할부해 드립니다." 개인파산과 개인회생 신청건수가 월 7000건대로 증가하면서 관련 서류 작성을 도와주는 변호사와 법무사 간 경쟁이 갈수록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건당 100만원 안팎인 수임료를 길게는 10개월 동안 나눠 낼 수 있도록 카드 할부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제한적이나마 아예 공짜로 신청서류를 작성해주는 곳까지 등장했다. 이 시장에 대부업체들이 가세하면서 수임료 분할납부 서비스는 법조계의 신종 금융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예를 들어 수임료가 100만원일 경우 대부업체는 변호사나 법무사에게 80만원을 일시불로 주는 대신 고객들로부터 월 10만원씩 10개월에 나눠 징수하게 된다. 이자율은 연 10~20%.한 변호사는 "수임료를 떼먹는 고객이 전체의 20~30%나 되고 자금 회수에 신경쓸 여력도 없기 때문에 최근 대부업체와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개인파산·회생 관련 서류를 공짜로 작성해주는 곳도 있다. 박춘제 로캠프 대표 법무사는 "그동안 서류 자동 작성 프로그램을 개발해 유료로 판매해 왔지만 장애인과 저소득층 1만명에게 선착순으로 무료 제공키로 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법률사무소들은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무료 상담 코너를 개설해 놓은 상태다. '1만회 상담실적'이나 '입법 관여 변호사와의 상담' 등 톡톡 튀는 문구를 앞세워 고객들의 눈길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수임 경쟁이 격화되면서 변호사와 법무사 간 비방전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모 변호사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변호사가 서류를 완벽하게 작성할 경우 회생위원 면담을 생략할 수 있다. 법원으로부터의 통지 및 서류 보정은 변호사에게만 연락이 온다"며 변호사의 '우월적 지위'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 법무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변호사의 허구와 진실'이라는 글에서 "모든 절차를 변호사가 대리한다고 하여 고액의 수임료를 요구하고 있는 사무소가 있다"며 "변호사를 선임하더라도 대리 변론이 허용되지 않으며 반드시 채무자 본인이 법원에 출석해 진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호사와 법무사들이 인터넷 검색포털에서 고객 유치전을 펼치면서 관련 업체들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개인파산·회생으로 월 평균 1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모 법무법인의 경우 광고비로만 월 2000만원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신우의 최찬욱 변호사는 "현행 개인파산 및 회생제도를 보완한 통합도산법이 내년 4월부터 시행되면 20만~30만원씩 드는 파산공고를 생략할 수 있고 개인회생 절차도 보다 간편해진다"며 "관련 시장 규모도 커질 전망인 만큼 법조계의 유치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