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7000여명의 이공계 석박사들이 모여있는 대덕연구단지.한국 최고의 두뇌집단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곳에서조차 이공계 대학은 기피 대상이다.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연구원들이지만 대부분이 자식들은 이공계로 보내려 하지 않는다는 것. "아이로니컬하게도 아버지의 길을 따라 훌륭한 과학자가 되겠다는 말이 부모에게 대항하는 아이들의 최대 무기가 됐을 정도입니다. 이공계 출신이 그래도 대접받는 대덕연구단지가 이 정도니 다른 곳은 어떻겠습니까."(채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이공계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수 학생이 이공계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이제는 이공계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까지 진로 변경을 위해 중도에 대학을 그만두거나 휴학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교육인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전국 이공계 대학 재학생 중 39%가 휴학을 했다. 우리나라 이공계 엘리트의 산실로 손꼽혀온 서울대 공대의 경우도 올해 신입생 5명 중 1명이 휴학·자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 대학을 기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졸업 후 장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일자리에 대한 보장도 없고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게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현대경제연구원 등 자료에 따르면 40대 평균 연봉에서 의사나 치과의사의 경우 1억원을 넘으나 이공계정부출연연 연구원 및 대학 교수들은 그들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4000만원 안팎으로 나타났다. 이면우 서울대 교수(산업공학부)는 최근 펴낸 '생존의 W이론'이란 저서에서 "이공계 위기는 국가의 위기다. 살고 싶으면 해결하고 죽고 싶으면 놔둬라"고 주장했다. 국가 성장 원동력은 기술 발전에서 나오며 그 근간은 이공계 인력이다. 이공계 인력을 키우지 못하면 국가의 미래를 자신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41주년(10월12일)을 맞아 '이공계를 살리자'는 취지의 'STRONG KOREA' 시리즈를 2002년에 이어 다시 시작하는 이유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