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645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당시 세계 최대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던 장서 70만권은 전란의 와중에 모두 소실됐다.


전설에 따르면 장서가 목욕탕 불쏘시개로 사용돼 모두 타는 데 6개월이나 걸렸다고 한다. 이로 인해 고대 동서양의 수많은 저작들이 영원히 잊혀졌다.


이처럼 불에 타 없어지지 않더라도 소장서적을 찾지 못해 소실된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이든의 유명한 첼로협주곡 1번의 경우 200년 이상 서고에서 잠자다가 1961년에야 프라하 국립도서관에서 발견됐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앞두고 도서관이 달라지고 있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간편하게 보관하고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유비쿼터스 도서관 현실로


지난달 포스텍(포항공대) 청암학술정보관이 국내 최초로 '유비쿼터스 도서관'을 구현했다.


미래형 디지털 도서관을 표방하는 이 도서관은 우리은행이 '스마트카드 상용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원한 통합학술정보시스템과 전자태그(RFID) 장서관리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통합학술정보시스템인 '밀레니엄 시스템'을 이용하면 하버드대,MIT,도쿄대 등 세계 30개국 4000여개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실시간 검색할 수 있다.


도서관 이용자들은 이 도서관이 소장한 모든 자료를 PC로 검색하거나 내려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PDA 휴대폰 등을 통해 도서관 밖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다.


포스텍은 소장 도서에 RFID 칩을 부착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RFID 장서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에 따라 포항공대 학생들은 우리은행이 발급한 'IC카드 학생증'을 이용해 RFID 칩이 부착된 도서를 무인으로 대여하거나 반납할 수 있게 됐다.


사서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한 번에 1인당 10권까지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게 된 것.


IC카드 학생증을 이용해 금융거래를 할 수도 있고 수업 출·결석 점검을 비롯한 각종 학사관리도 할 수 있다.


37만권에 달하는 소장도서를 관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1개월가량에서 1주일 수준으로 크게 단축됐다.


그만큼 도서관 운영의 효율이 좋아졌다.


서강대는 지난해 바코드 시스템을 활용한 유무선 통합형 전자도서관을 개통했다.


모바일 바코드 시스템을 활용해 교수와 학생들이 편리하게 전자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바코드를 내려받은 휴대폰이나 PDA로 전자도서관에 접속,원문 동영상 등 학술 데이터를 검색할 수도 있고 서적 대여를 신청할 수도 있다.


휴대폰이나 PDA는 도서관 출입증으로도 쓸 수 있다.


포항공대나 서강대뿐이 아니다.


'유비쿼터스 도서관'은 대학이나 지방자치단체 도서관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스템 구축은 삼성SDS를 비롯한 시스템 통합(SI) 업체들이 맡고 있다.


삼성SDS는 그동안 국립중앙도서관,대전한밭도서관,부산시립도서관,대구시립도서관 등에 RFID를 활용한 디지털 도서관을 구축했다.


대상정보기술도 공공 도서관과 국공립대학 도서관을 중심으로 'RFID 도서관리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물관 미술관 정보를 클릭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진화하고 있다.


사이버 박물관,사이버 도서관이 속속 구축되면서 인터넷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소장된 물품에 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사이버 박물관이다.


금년 말께 이 박물관이 문을 열면 국립중앙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국립지방박물관,전쟁기념관 등의 유물정보를 인터넷에서 멀티미디어 동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게 된다.


문화재청이 새로 지정한 10개 박물관에 소장된 문화재,국보,보물 등의 정보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돼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사이버 박물관을 포함한 '국가문화유산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은 대우정보시스템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박물관 이용 방식이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굳이 박물관을 찾아가지 않고도 인터넷을 이용해 안방에서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게 된다.


국보나 보물급 '전적(典籍) 문화재' 원본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이 맡아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이 연말께 끝나면 국보나 보물급 전적문화재 250건(10만면,1200만자)을 인터넷에서 손쉽게 살펴볼 수 있게 된다.


미술관에도 RFID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삼성SDS는 경남도립미술관 미술 작품에 RFID를 적용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작품의 도난을 예방할 수 있고 어떤 작품이 어디에 있는지,언제 누가 만든 작품인지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