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벡' 이후 암세포의 성장을 선택적으로 저지하는 다양한 형태의 신종 항암제가 등장해 독성을 끼쳐 암세포를 죽이던 기존 항암제의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신종 항암제는 크게 글리벡과 같은 표적항암제와 암세포의 항원에 대항하는 항체로 나뉜다. 한국노바티스의 '글리벡'(이마티닙)은 만성골수성 백혈병환자의 필라델피아염색체(9번과 22번 염색체가 유전자를 교환해 새로 만들어진 기형적 염색체)가 인산화작용을 통해 암세포 증식을 유도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으로 표적항암제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리벡의 형태를 변형시켜 암 단백질과의 접촉면을 늘린 '슈퍼글리벡'은 글리벡에 내성을 가진 암환자의 약 70%에 효과를 발휘하고 부작용도 줄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사가 개발한 '다사티닙'은 이들 약과 전혀 다른 구조를 갖고 있으며 글리벡 작용 외에 다른 발암 효소 활성부위까지 억제함으로써 글리벡의 수백∼1000배에 달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클론항체(mono clonal antibody) 항암제는 암세포의 특정단백질(항원) 한 부위만 인식해 공격하는 항암제다. 주로 쥐 세포에서 다양한 항체를 유도해 이를 '불멸화세포+비장세포'에서 다량 증식시킨 다음 정제해 얻는다. 이 항암제는 암세포의 항원을 포식하거나 용해하게 되는데 영문 약어인 'mab'이 성분명의 말미에 따라붙는다. 한국로슈의 '맙테라'(리툭시맙)와 '허셉틴'(트라스트주맙),독일 머크사의 '어비툭스'(세툭시맙),미국 제넨테크의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독일 쉐링의 '캄패스'(알렘투주맙) 등이 국내에서 쓰이고 있거나 곧 도입될 대표적 제품이다. 리툭산은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최초로 승인받은 단클론항체 항암제로서 단독으로 비호지킨성 림프종에 사용할 때에는 48%,기존 다른 항암제와 함께 병용할 때엔 70~96%의 반응률을 보인다. 제발린은 리툭산에 방사성 동위원소인 이트리움(90Y)을 접합한 약제로,재발한 림프종에서 리툭산에 비해 좋은 효과를 낸다. 유방암치료제인 '허셉틴'은 암을 키우는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항원으로 삼고 공격해 수용체 숫자를 감소시킨다. 전이성 유방암환자에게 치료시 12∼15%의 치료반응률을 보인다. 어비툭스는 기존 항암제에 반응이 없는 대장암 환자에게 병용 투여하도록 돼 있다. EGFR와 결합하는 친화력이 100배나 강해 일단 수용체와 결합하면 암이 진행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치료반응률은 17% 정도다. 아바스틴은 전이성 대장·직장암의 초기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암이 자라기 위해 혈관을 새롭게 내뻗을 때 분비하는 동맥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에 대한 항체로 작용한다. 기존 항암제와 병용하면 치료반응률은 45%로 10% 향상되고 생존기간은 5개월가량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단클론항체는 단독투여로 치료효과가 미흡하기 때문에 다른 항암제와 병용치료하거나 기존 약제에 내성이 생긴 경우나 더 이상 대안이 없을 때 쓰여지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김동욱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교수,임석아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