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21세기 의학의 도전 ‥ (1) 맞춤의학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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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질환이라고 해서 공산품처럼 동일한 약으로 치료하던 시대는 머지않아 역사 뒤편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똑같은 효능을 가진 약이라 해도 효과는 환자마다 천차만별이어서 어떤 이는 치료효과가 크고 부작용이 없어 제대로 '약발'을 받지만 반대로 어떤 이는 효과는커녕 부작용과 알레르기만 보이기도 한다.
그동안 이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개인차''체질적 문제'라는 신비스러운 표현으로 변명해왔다.
또 경험을 바탕으로 약물의 개인적인 차이를 잘 예측하는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가진 사람은 세칭 '명의'라 칭송을 받았지만 그렇지 못하면 평범한 의사라는 평판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어떤 유전자에 어떤 문제가 생겨서''자라면서 어떤 환경인자에 노출돼서' 병이 났다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전체학과 휴먼게놈,약물정보학,분자생물학 등에 대한 연구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인의 유전자적 차이와 후천적 성장환경을 고려해 치료하는 '맞춤의학'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것도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찾아오고 있다.
환자에게 어떤 의약품이 가장 적합한지,복용 용량과 방법은 어떤게 바람직한지 의사가 유전자분석차트와 약물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해답을 내릴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최적의 비용으로 최대의 치료효과를 얻어 약물경제학적으로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맞춤의학은 치료뿐만 아니라 질병의 조기예측을 통한 예방관리에도 이바지할 전망이다.
암 심장질환 당뇨병 정신질환 비만 천식 등 유전적 요인이 큰 질환을 앓는 환자가 많은 가족이라면 조상 면면히 내려오는 유전정보를 분석해 미리 질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의사로부터 교육받게 될 것이다.
제약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동안 최강의 치료효과를 보이는 약제라 하더라도 임상시험과정에서 몇몇 사람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끼치면 시판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신약들도 빛을 보게 될 날이 올 것 같다.
약물유전체 연구를 통해 부작용을 일으킬 만한 사람을 걸러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막대한 연구비가 투입돼 이러한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다.
가장 열기를 띠고 있는 분야가 암과 심혈관질환이다.
폐암 유방암 비후성심근병에서 맞춤의학을 이용한 약물치료가 시작됐다.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에 변이가 생겨 발생한 폐암에 대한 연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쥐 실험을 통해 그 해답을 하나둘씩 얻어내고 있다.
또 대장암 알츠하이머형 치매 헌팅턴병 등에 대한 유전자적 원인도 규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21세기는 맞춤의학에 근거한 의료기술의 개발능력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2003년부터 약물의 반응에 대한 유전정보를 제약회사들에 제공하면서 신약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민족마다 고유한 유전정보를 확보하는 문제는 국민건강에 대한 자주권과 국가성장엔진을 확보하는 것과 다름없다.
조상헌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라주 쿠철라파티 미국 하버드대 유전체게놈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