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업무 실적에 울고 웃으며 시간에 쫓기는 20∼40대 직장인에게 종종 엄습하는 질병이 편두통이다. 대략 20대 이상 성인의 60%가 1년에 한 번 이상 일반적인 두통(37.5%)이나 편두통(22.5%)을 겪고 있다. 사춘기 이후 중년까지는 두통의 발병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하니 '나잇살'이 들고 마음이 넉넉해져야 두통에서 해방되지 않을까 싶다. 직장인에게 가장 빈발하지만 경미한 두통은 이른바 '긴장형' 두통이다. 흔히 '신경성'이라고도 하고 과거에 '근육수축성'이라 불린 두통이다. 그 원인은 뭐니뭐니해도 직무 수행에 따라 필연적으로 생기는 스트레스다. 같은 스트레스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힘겨워하고 과로가 겹치거나 분노가 치밀 때 두통이 나타난다. 나쁜 자세로 오랫동안 일을 하면 두개골과 목 주위의 근육이 긴장돼서 더 잘 나타난다. 소화가 안되거나 메슥거릴 경우는 별로 없을 정도로 증상은 그리 심하지 않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단순 진통제를 복용하면 대개 증상이 사라진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맥박이 뛰듯 뇌혈관이 욱신거리는 듯한 '박동성' 두통을 느끼기도 하고 메슥거림까지 생길 수 있다. 또는 두통의 발생 빈도가 점차 증가해 거의 매일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는지 점검해보고 지금까지 복용해 온 약물을 끊는 대신 보다 전문적인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두통약은 소염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또는 아스피린에 혈관수축제인 카페인이 함유된 게 주종을 이룬다. 아세트아미노펜이 뇌혈관에 미치는 집중도가 아스피린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연구돼 있기 때문에 두통에 더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느 것이든 남용하면 의존성이 높아지고 끊으면 두통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다른 약물로는 근육의 긴장을 감소시켜 주는 근육이완제나 불안감이나 긴장감을 감소시켜 주는 바비튜레이트 계열의 신경안정제를 쓸 수 있다. 또 불편한 근육을 마사지 해주거나 찜질을 해주고, 모니터를 보면서 스스로 머리나 목의 근육 긴장을 풀어주는 방법을 연습하는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받으면 좋다. 편두통은 두 번째로 흔한 두통으로 젊은 여성들에게 흔하며 가족력의 경향을 띤다. 말 그대로 한쪽 머리에 박동성 두통이 극심하게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증상이 수시간에서 2∼3일까지 지속되며 메스꺼움,구토,눈앞의 섬광 등이 동반될 수 있고 자기도 모르게 밝은 빛과 시끄러운 곳이 싫어지게 된다. 과거에는 뇌혈관이 확장해 일어난다고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두개(頭蓋)의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이 자극을 받아 신경말단에서 특정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로토닌이 뇌간에서 통증조절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 된다. 이에 따라 삼차신경 말단부에서 두통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수마트립탄 등의 약물이 핵심치료제로 자리잡고 있다. 아스피린 아세트아미노펜 외에 뇌혈관수축제인 에르고트, 카페고트(카페인+에르고트) 등 기존 약제를 써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베타차단제(인데랄 등)나 칼슘통로차단제(니모디핀 베라파밀 등) 계열의 고혈압약을 써서 효과를 보기도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정기영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