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사는 반드시 예고된다=돌연사의 80%는 심근경색에서 비롯되고 이 가운데 20∼25%는 평생 처음 발생한 심장관상 동맥질환에 의한 것이다. 또 해마다 편차가 있지만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자의 72∼85%가 급성 심근경색에 의한 것이다. 문제는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절반은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던 건강하던 환자들이며 나머지 50%만이 직전 단계인 '협심증'증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건강검진을 받은 후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는데도 며칠 뒤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실로 찾아오는 환자도 제법 많다. 이는 혈관의 안지름이 50% 이하로 비교적 조금 좁아진 부위에서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에 없던 가슴을 옥죄는 통증이 3분 이상 지속되고 호흡이 곤란해지며 하늘이 노랗고 팔에 힘을 주기 힘든 상태가 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평소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을 갖고 있던 사람이 지나친 운동 스트레스 폭식 말다툼 추위 등으로 이런 증상을 느낀다면 협심증 또는 심근경색일 확률이 훨씬 높다. 다만 가슴통증이 날카롭고 수초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은 식도염 위염 위궤양 담석증과 같은 소화기질환이거나 가슴 부위의 뼈 근육 신경 등과 늑막 등이 자극을 받은 것이므로 구별해야 한다. ○신속한 대처에 생명 달렸다=급성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피와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완전히 막혀 심근이 괴사하는 질환이다. 심근경색이 시작된 후 30분째부터 부분적인 심근괴사가 일어나고 2시간 만에 완전괴사가 일어난다. 따라서 한시라도 빨리 막힌 관상동맥혈관을 뚫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1∼2시간 이내에 처치가 이뤄지면 생존 확률이 상당히 높지만 그 이후로는 매우 낮아진다. 환자별 질병의 양상에 따라 치료전망이 달라지지만 늦어도 5∼6시간 안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소생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심장병 응급환자가 발견되면 신속한 후송과 함께 5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니트로글리세린과 같은 심장혈관확장제를 투여해 증세를 호전시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민간에서 흉통을 경감시키려고 손?발가락을 따거나 우황청심환을 복용하는데 전문치료가 지연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특히 노인 여성의 경우 증상이 약하고 약간의 현기증 정도만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이런 실수를 많이 하므로 주위의 보살핌이 요구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이철환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김경수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