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에도 좋고 운동하기에도 좋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하지만 싸늘해진 기온은 심장이 먼저 알기 때문에 운동을 하다가 쓰러져 앰뷸런스에 실려가기 쉬운 위험도 도사리고 있는 시기이다.


오동주 고려대 구로병원장(순환기내과)은 "지난 추석을 기점으로 심장 질환이 의심돼 순환기내과 외래진료실이나 응급실을 찾아온 환자가 그 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며 "올해엔 기온하강 시기가 일러 협심증 심근경색 부정맥 뇌졸중 같은 순환기계 질환을 더욱 경계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심장질환 발생은 통상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9월 말부터 환자가 점차 증가해 1∼2월 혹한기에 피크를 이루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이는 날씨가 싸늘해져 혈관이 위축되고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혈압을 올리는 교감신경 호르몬의 분비량이 늘기 때문이다.


심장질환은 암 뇌혈관질환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사망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4년 사망원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1만8000여명이 심장 질환으로 사망해 전체 사망요인의 7.3%에 달하고 있다.


돌연사의 주된 원인인 협심증 및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람도 1994년 인구 10만명당 12.6명에서 2004년 26.3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고혈압과 뇌졸중은 예방과 치료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고혈압성질환(심부전 등)은 10만명당 사망자 수가 15.4명(25.8명→10.4명),뇌혈관질환은 14.1명(84.4명→70.3명)씩 각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환자수는 1990년대 초반부터 점차 증가해 최근 들어 폭증 추세다.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협심증의 경우 2000년 2만5507명에서 지난해 4만9329명으로 93.4% 증가했다.


심장질환이 이처럼 심각하게 증가하는 것은 비만과 고혈압 고지혈증 고혈당 등 이른바'3고'때문이다.


지난달 세계심장협회가 전 세계 27개국 내과의사 26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의사의 60%가량이 심장병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복부 지방을 꼽았다.


복부 비만은 대략 허리둘레가 남자 90cm(35인치) 이상, 여자 80cm(31인치) 이상인 경우로 허리둘레가 클수록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적절한 체중 유지는 필수적이다.


모든 혈관이 이어져 있는 이상 심장병은 뇌졸중 고혈압 등 다른 순환기계질환과 마찬가지로 건강한 혈관에서부터 예방과 치료가 시작돼야 한다.


따라서 '3고'를 척결해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심장병과 뇌졸중으로부터 안심할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은 뇌졸중, 고지혈증은 심장병과 보다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뇌졸중으로 사망위험에 처한 사람은 대부분 30∼40대부터 인체 곳곳의 동맥혈관에서 동맥경화가 진행된 상태이기 때문에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또 최근에는 고혈당(당뇨병)이 급증해 '당뇨 대란'이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검은 그림자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당뇨병 환자가 2003년 401만명(전체 인구의 8.4%)에 달했고 매년 50만명씩 신규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이를 방치하면 10년 이내에 전국민의 4분의 1이 당뇨병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당뇨병은 혈관이 흐물흐물해지고 노폐물이 잘 끼는 질환이기 때문에 모든 대사성 성인병의 방아쇠를 쥐고 있다.


심장질환은 대체로 전조증상이 약하다.


심장혈관의 70%가 막혀야 증상을 느끼고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약 50%는 이전에 아무런 증상이 없던 건강하던 환자들이다.


따라서 평소 간헐적으로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심장검진을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갖고 있는 5∼6개의 통장 계좌번호는 모두 외워도 자신의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치는 기억하지 못한다면 당장 건강검진표를 찾아보고 돌연사를 당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계절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정남식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김종진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박상원 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