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박세리와 미셸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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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천재' '장타 소녀'라는 별명이 붙은 한국계 미국인 아마추어 골퍼 미셸 위의 프로 전향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미셸 위가 프로 데뷔 때 받을 계약금 및 인센티브가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을 능가하는 것은 물론,여자 스포츠선수로는 사상 최고액이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골프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미셸 위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여자골프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박세리는 올시즌 잔여대회를 포기하고 귀국한다고 한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1977년생으로 만 28세인 박세리는 한국골프의 '희망'이었다.
중학교 시절 이미 오픈대회에서 우승했고 지난 98년 미국에 진출한 바로 그 해에 메이저대회에서 2승을 거두며 세계적 선수로 자리잡았다.
'슬럼프'가 오기까지 미국 무대에서만 22승을 거뒀고 한국인 최초로 미국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입할 자격까지 갖춰놓았다.
골프선수로서 명예와 부(富)를 모두 거머쥔 박세리는 그러나 지난해 슬럼프가 찾아와 아직까지 헤어나지 못한 채 '시즌 중도포기'라는 최악의 상태까지 가고 말았다.
40,50대까지도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스포츠가 골프인데,박세리는 왜 '한창' 나이에,그것도 시즌 도중에 쓸쓸히 귀국해야 하는 것일까.
일반에 알려진대로 손가락 부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바로 '조로' 현상이 아닌가 한다.
14세 때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박세리는 근 15년 동안 골프 하나만을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골프에 몰입해 왔다.
고만한 또래들이 거쳐야 하는 삶의 과정을 대부분 생략한 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골프클럽만 휘둘러온 것이다.
그런 '스윙 머신'이 어느날 고장났다.
궤도는 들쭉날쭉해지고,샷은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아마추어 스코어'인 80타대도 가끔 나왔다.
항상 선두권에 있던 그에게는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오직 골프만 알고 골프만을 위해 살아왔는데….''이제 어떡해야 하나.'
박세리는 너무 일찍 샘을 팠고 이제 그 샘이 고갈될 단계에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학 2학년을 마친 뒤 프로로 전향해 30대 중반인 현재까지도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는 소렌스탐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렇다면 미셸 위는 어떤가.
다음달 11일이면 만 16세가 되는 미셸 위는 박세리보다 세 살이나 어린 나이에 프로가 된다고 야단법석이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생이 골프를 평생직업으로 하는 프로골퍼가 되겠다는 뜻이다.
선수와 그 부모가 결정하는 일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박세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미셸 위가 일찍 프로로 전향하려는 것은 골퍼로서의 '천부적 자질' 때문이기도 하겠지만,'돈 문제'나 '부모의 조바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셸 위에게는 프로전향 못지않게 소중한 일이 있다.
학업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소렌스탐이나 타이거 우즈,박지은 등 정상급 골퍼들이 그랬던 것처럼 적어도 대학 1,2학년 때까지는 골프와 학업을 병행해야 한다.
그것이 '인생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꾸밀 수 있고,프로골퍼로서 '장수'하는 길이다.
김경수 문화부 스포츠팀 부장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