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성 < 산업은행 PF실장 > 프로젝트파이낸스(PF)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스는 1930년대 미국 텍사스주의 석유 개발업자들이 미래의 석유 판매대금을 상환 재원으로 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것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서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민자사업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PF란 개별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 또는 현금흐름만을 근거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방식을 말한다. 기업 전체의 신용은 좋지 않더라도 특정 사업의 현금흐름이 우수한 경우 이를 따로 떼어낼 수만 있다면 기업금융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차입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PF는 두 가지를 요건으로 한다. 첫째,해당 프로젝트의 미래 현금흐름에만 의존하는 것이므로 현금흐름이 단순히 '예상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수요자의 장기 구매계약,정부 등 제3자의 수요 보장 같은 장치를 통해 순현금흐름이 확보돼야 한다. 둘째 미래 현금흐름을 법적 또는 경제적으로 사업자로부터 분리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 수단이 곧 특수목적회사(SPC·Special Purpose Company)다. 즉 SPC가 사업의 법적 주체가 됨으로써 현금흐름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가 가능해진다. 두 가지 요건 외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통상 20~50년의 긴 사업 기간과 15년 내외의 장기 대출 기간이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PF의 이 같은 특성을 부동산 분양사업에 응용해 이를 PF라고 부르고 있다. 상가 아파트 등 부동산 분양사업에서 자금이 필요한 부분은 계약금을 제외한 땅값 및 건축비 중 일정 부분이며 대출금 상환재원은 분양대금이다. 분양위험은 건설사가 금융기관에 보증을 섬으로써 부담한다. 건설사는 보증위험 대가로 분양 이익의 일정 부분을 가져간다. 그러나 부동산 금융은 2~3년의 단기 대출이므로 PF의 주요 요건인 장기 현금흐름과 장기대출의 특성이 없다. 또 PF에서 말하는 프로젝트는 시설을 건설하고 장기간 그 시설을 운영하는 것을 포함하는데 부동산 금융에서 다루는 사업이란 것이 진정한 의미의 프로젝트라 하기엔 어색한 점이 있다. 부동산 분양사업에 PF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민자사업을 통한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라는 PF 본래의 기능과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부동산 PF'라는 용어는 '부동산 금융'으로 대체하면 어떨까. '부동산 금융'이 PF의 긍정적 이미지에 편승해 '부동산 PF'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