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열차 천국이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 곳곳이 거미줄 같은 철도망으로 연결돼 승용차가 없어도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이 없다. 2500만명이 몰려 사는 수도권에서도 열차가 대중교통의 기본이다. 도쿄시 내 집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도시 외곽에 거주하면서 1시간30분 이상 통근하는 샐러리맨들이 많다. 당연히 아파트 가격은 철도 노선망을 중심으로 결정된다. 올해 수도권에서 공급 예정인 아파트는 약 8만5500가구다. 경기 회복세와 함께 젊은층을 중심으로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6년째 신규 물량이 8만가구를 넘고 있다. 일본 부동산경제연구소가 이달 초 발표한 전국 325개 지역 '아파트 가격 및 공급 동향'에 따르면 도쿄시 내에서는 미나토 고토 세타가야 오타 주오 시나가와 등 6개구에서 아파트 신규 공급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지요타구가 7805만엔으로 가장 비쌌다. 이어 미나토구 6272만엔,세타가야구 5752만엔,메구로구 5613만엔 등의 순이었다. 도쿄 외곽은 철도 노선별로 공급량과 가격이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로 통근하는 인구가 많아 교통이 편리한 철도 노선과 역 주변의 아파트를 소비자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철도 노선 중에서는 '게이힌 도호쿠선'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사이타마현의 오미야역에서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를 연결하는 59.1km 구간으로 철도 인근의 아파트 분양 물량은 연 평균 6000가구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역별로는 가와구치역이 최고 인기였다. 1995년 이후 10년간 3000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공급됐다. 올 들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철도 노선은 '조난신주쿠선'과 '쓰쿠바익스프레스(TX)'다. 조난신주쿠선의 경우 2009년 오픈되는 가와사키시의 신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건설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또 8월 중순 개통된 TX의 경우 도심 외곽의 새로운 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신규 공급이 급증하고 있다. 다만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쓰쿠바까지 58.3km 구간의 편도 요금이 1150엔(약 1만1500원)으로 비싸 소비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후쿠다 아키오 부동산경제연구소 기획부장은 "수도권 소비자들은 아파트를 구입할 때 교통 환경을 최우선시하고 있으며,철도 노선망이 아파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인한 특파원 J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