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이 "전통 은행업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며 은행 영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변화로 인해 예금.대출 중심의 자금운용 패턴에서 벗어나 자본시장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하지 않으면 수익기반이 약화될 것이란 판단이다.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의 이 같은 인식변화는 시중자금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장,영업 패러다임 변화촉구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4일 월례조회사에서 "시중자금이 증시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은행산업도 본격적인 겸업금융상품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며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강 행장은 "겸업금융상품 시대는 예금과 대출을 위주로 하는 전통적인 은행업 시대와 주력상품이 다르다"고 지적,"과거에는 같은 상품을 여러 고객에게 팔면 됐지만 이제는 고객의 성향에 맞춤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고객성향을 분석하고 상담능력을 키우는 등 모든 직원이 세일즈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열 하나은행장도 이날 분기 조회사에서 "정기예금의 퇴조,펀드상품의 강세 그리고 대출을 통한 자산운용의 한계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변화"라며 "예금과 대출 중심의 자금 조달.운영 패턴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행장은 이어 "예대업무 등 전통적인 수익창출 활동의 비중이 줄어들고 네트워크를 통한 세일즈 활동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세일즈 네트워크 구축과 세일즈 인력양성,고객관리시스템(CRM)을 통한 교차판매가 향후 경쟁을 위한 핵심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과 강권석 기업은행장도 월례조회사에서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상황이 크게 변하고 있는 데다 8.31 부동산대책에 대한 여파까지 시장에 전달되면서 금융관행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자금 자본시장으로 이동 가속화 은행장들이 영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예대업무 만으로는 지속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은행의 예대마진(가계대출 기준)은 지난 2001년 말 3.68%,2003년 말 3.34%,2005년 6월 말 3.05%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수신은 고금리 특판예금으로,대출은 금리할인 경쟁 등으로 예대마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된 수익원이었던 가계대출 확장이 어려워지면서 예금을 받아 수익을 내기는 점차 어려지고 있는 만큼 금융상품 판매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계는 은행권의 영업 패러다임 변화가 증시로의 시중자금 이동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금융팀장은 "현재 국내 금융시장은 은행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 재편되는 초기 국면"이라면서 "은행권도 이런 흐름에 편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자금의 성격이 'Flight to safety(안전자산 선호)'에서 'Flight to yield(고수익선호)'로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은행권도 이런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