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공계 대학 졸업생들은 학부 때 받은 공학교육 커리큘럼에 대해 '낙제점'을 주고 있다. 기업체나 연구소 등에 취업해 일을 해 보니 대학시절 받은 교육이 실제 업무와는 아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최근 한국공학한림원(회장 윤종용)이 여론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서치를 통해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KAIST 포스텍 한양대 공대를 졸업한 27∼33세 엔지니어와 직장인 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그대로 나타난다. 이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학부 때 받은 '교육의 적절성'에 대해 100점 만점에 평균 45점을 줬다. 낙제점이다. 이는 이공계 출신들 절반 이상이 학부 때 받은 공대 교육을 상당히 부적절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학 가운데서는 포스텍이 63.9점으로 그나마 높게 나왔을 뿐 대부분 40점대를 맴돌았다. 공대 학부 교육의 내용이 부적절한 이유에 대해서는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내용 부족'(68.2%)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두번째 이유로는 '현장에서 필요한 비즈니스 소양을 길러줄 수 있는 교과목 부족'이 57.8%로 꼽혔다. 이는 경제·경영학을 비롯해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지 못했다는 것으로 공대에서 경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험 실습과 같은 현장성 있는 교육 부족'(50.2%)이 그 뒤를 이었다. 교과 과정의 다양성에 대한 만족도에서도 전체 평균이 44.3점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낮은 수치를 보였다. 교과 과정이 오로지 전공 분야에만 치중할 뿐 다양한 분야와 연계되지 못한 데 따른 불만이다. 교수 강의에 대해서는 포항공대와 KAIST가 60점대로 다소 높게 나타났으며 서울대와 한양대는 40점대에 그쳤다. 한편 응답자의 26%는 '이공계 이외 분야로 진출하려고 했다'고 답했으며 진출 희망 분야로는 관리직 공무원이 31.1%로 가장 많았고 의사·한의사(22.2%)가 뒤를 이었다. LG생명과학 양흥준 사장은 이에 대해 "대학은 전공 교육과 함께 이공계 출신들이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일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려줘야 한다"며 "특히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