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은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재빨리 상품화해 낼 수 있는 기획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엔지니어들이 이 같은 일을 해줘야 하는데,우리 공대 졸업생들에게선 그런 능력을 발견할 수 없다. 이공계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공대 교육도 전문지식과 함께 비즈니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길러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이희국 LG전자 사장) "이공계는 학문의 성격상 실용성과 경제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공대생들에게 경제를 가르치는 것은 당연하다. 공대생들이 100% 경제학이나 경영학 강의를 듣도록 공학 교육시스템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이공래 기술경영경제학회장)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공대생들에게도 경영 마인드를 키워줘야 한다는 '공대 속 경영교육'이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공 교육에만 '올인'해 온 기존 이공대 교육 시스템으로는 이공계 출신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도 산업계에서는 공대생들이 '테크놀로지'만 배우고 나오기 때문에 비즈니스 현장에서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비판해 왔다. 이에 따라 국내 공대들도 서둘러 경영학 강좌를 개설하는 등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대표적이다. KAIST는 이번 가을 학기에 국내 공과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경영학 과정을 학부 부전공으로 신설했다. 과학기술과 경영마인드를 모두 갖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로버트 러플린 총장의 공대 혁신프로그램을 구체화한 것.러플린 총장은 지난해 9월 취임 당시부터 "엔지니어라면 당연히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KAIST의 경영학 과정에는 고려대 법대 박경신 교수,안진회계법인 김세환 전무 등 외부 강사진이 대거 참여해 경영 경제 마케팅 기업가정신 지식재산권 등을 이공계에 맞게 리디자인해 맞춤형으로 강의하고 있다. 이 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양태용 교수는 "기술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공계 학생들이 비즈니스 소양까지 갖추면 진로 선택이나 리더로의 성장 과정에서 큰 프리미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공대는 최근 미국 미시간 공대에서 시작된 신공학교육 프로그램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해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엔터프라이즈는 공대생들이 직접 가상의 기업을 만들어 마케팅과 경영을 해봄으로써 비즈니스 마인드를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연세대 공대도 전통적 경영 이론에 기술과 제품 개발 과정을 접목시킨 공학경영교육 과정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공과대학 중 경영 커리큘럼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는 대학은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대부분 초보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고경영자(CEO) 과정 같은 이벤트성 프로그램에 치중할 뿐 전임 교수를 두고 제대로 가르치는 대학은 드물다. 엔지니어 양성이라는 공대의 전통적 목적만을 강조하며 경영.경제 커리큘럼 도입 자체를 터부시하는 교수들도 많다. 임춘성 연세대 공대 교수는 "우리나라 이공계 교육은 그동안 전공만 가르치는 '원 사이드'형이었다"며 "이공계 출신 리더가 별로 없고 이공계 위기론이 불거지는 것도 이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시스템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홍국선 서울대 공대 교수는 "현대 사회는 이공계의 바탕에 문과적 소양을 갖춘 인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