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일부 항목의 세금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야당인 한나라당이 9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감세(減稅)안을 내놨다. 나라살림 방향에 대해 여ㆍ야가 정반대의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지속된 경기침체로 세수 부족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지금 세율(稅率)을 놓고 논쟁을 벌일 때는 아니라고 본다. 그보다는 과연 정부의 지출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또 세금은 원칙대로 걷고 있는지부터 따져보는 게 순서일 것이다. 우선 정부의 예산 사용시 불요불급한 지출은 없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작은 정부로 가는 추세인데도 우리는 참여정부들어 2년 반 동안 공무원 수가 2만명,그중 장ㆍ차관급만 148명 늘어나는 등 정부 몸집이 비대해 졌다.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그런 주장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세금을 더 올리겠다니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참여정부 들어 시작한 국책사업만 벌써 700조원이 넘는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국방개혁은 물론 대북 에너지지원자금까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야당은 대규모 감세를 주장하기에 앞서 바로 이 같은 정부의 크고 작은 예산 사용에 낭비적인 요인은 없는지 파악해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억제토록 해야 할 것이다. 세금을 원칙대로 걷는 것도 정부 지출을 효율화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실제 세수가 부족한 큰 원인이 세율이 낮아서라기 보다는 불법적인 탈루(脫漏) 등 중간에서 새는 세금이 많기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한 예로 선진국은 소득세를 내는 비율이 80%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50%에도 못미친다. 세금을 낸다 해도 소득수준이 높은 자영업자들이 일반 근로자들보다 적은 세금을 내는 경우도 허다할 정도다. 여기에 이런 저런 이유로 세금을 면제해주거나 깎아주는 조세감면제도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세금을 원칙대로 걷고,합리적으로 지출한다면 정부가 굳이 세율을 올리거나 빚을 내면서까지 나라살림을 해야 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 여당의 무조건적인 세금올리기나 야당의 대규모 감세안 모두 정략적인 접근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여야 정치권은 실속없는 감세논쟁보다 지출을 축소하고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