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의결권도 없는 주식인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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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금산법 개정안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삼성생명-삼성카드를 분리 처리하는 카드를 제시하자 삼성은 겉으로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상당히 당황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해법'이 참여연대 안보다 완화된 것이긴 하지만 당초 정부가 마련한 수정법안에 비해선 삼성에 매우 불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을 처리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삼성은 또 금산법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전자 지분(7.25%)을 그대로 인정해준다고 하더라도 현재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은 공정거래법상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법령(금융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총량을 오는 2008년까지 15%로 낮추는 법령)'이 살아 있을 경우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反)삼성 기류가 강하게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중재를 하겠다고 나선 청와대 안을 무조건 싫다고 할 수만도 없는 것이 삼성의 고민이다.
◆삼성 '여전히 위헌이다'
삼성 관계자는 청와대 방안에 대해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채택될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며 일단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카드 지분 매각건에 대해선 소급입법에 따른 위헌이라는 주장을 여전히 고수했다.
삼성은 기본적으로 '동일 비금융 계열사에 대해 금융사가 5% 이상 지분을 취득하고자 할 경우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금산법 제24조가 주식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조항이 아니라 '당국의 승인을 얻어 취득하라'는 절차적 규정을 하고 있는 만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 대한 강제 매각은 위헌 소지가 높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청와대나 정치권이 어떤 절충선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금산법의 취지에 맞춰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25.6%)은 이미 공정거래법에 의해 의결권이 금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구태여 주식을 매각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제기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동일계열 내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 지분에 대해 100%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발 묶이는 삼성생명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청와대 방안을 토대로 금산법 개정안을 마련할 경우 삼성은 일정 기간 내에 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 중 5%를 초과하는 20.6%를 처분해야 한다.
당장 에버랜드 주식을 받아줄 만한 계열사가 마땅치 않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를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또 에버랜드 주식을 특정 계열사나 제3의 기관에 넘긴다고 하더라도 비상장사의 주식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수단이 없는 만큼 주식양도가격에 따라 또다시 특혜시비 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삼성 관계자는 "만약 상장 계열사에 넘길 경우 그 회사의 주주들이 어떤 판단을 할지도 큰 변수"라며 "골치 아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생명의 전자 지분 보유한도가 현재 지분 수준으로 정해질 경우 삼성전자는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유사시에 삼성생명을 동원할 수 있는 길이 원천 봉쇄된다.
여기에다 만에 하나 공정거래법 관련 헌법소원에서 삼성의 헌소제기가 기각될 경우에는 생명의 기존 지분마저 의결권 총량규제를 받게 돼 답답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결국 청와대가 제시한 방안은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했던 '국민정서'를 충족시키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경영권 방어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삼성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