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起澤 < 중앙대 교수·경제학 > 금융산업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에 대한 법률논쟁이 치열하다. 국회에 제출된 의원입법 개정안은 대기업집단의 금융기관이 금산법 제정 이전에 취득한 계열회사 지분 중 금감위의 승인을 받지 않은 5% 초과분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소급입법으로 위헌이란 비판의 소리가 크다. 법제정 이후 취득한 주식에 대해 처분명령을 소급적용하는 것도 재산권에 대한 신뢰보호 및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법률 공방은 국회입법과정에서 어느 정도 걸러질 것이다. 설사 원안대로 입법이 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가 결정될 공산이 크다. 이런 법리논쟁을 떠나 금산법이 경제논리에 부합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금산법의 목적은 제1조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합병ㆍ전환 또는 정리 등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을 지원하여 금융기관 간의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업무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금융산업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91년 제정됐던 금산법의 모법은 이름 자체가 '금융기관의 합병 및 전환에 관한 법률'(합전법)이었다.그런데 이 법이 97년 3월 금산법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끝부분인 제5장에 '금융기관을 이용한 기업결합의 제한'이 추가됐다. 이 부분에서 법 제24조로 대기업집단의 금융기관이 금감위 승인 없이 취득할 수 있는 다른 회사의 주식소유한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추가된 부분은 동법 제1조에 규정된 목적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다시 말해 금산법은 성격이 다른 두 가지 법이 결합돼 있는 기형적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억지 춘향식으로 맞춰 놓았기 때문에 금산법은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는 금산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금융기관을 보면 알 수 있다. 법 제2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범위에는 은행,증권회사,보험사업자,상호저축은행,신탁회사,종금사,금융지주회사,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행위를 하는 기관으로 돼있다. 이에 따른 시행령에는 여신전문금융회사,선물업자,주택저당채권유동화회사가 포함된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금융기관을 정의한 건 다양한 금융기관 간 흡수 합병을 유도해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금산법의 또 다른 부분인 금융기관을 이용한 기업결합제한 부분에도 이렇게 정의된 금융기관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데 있다. 이 부분의 목적은 대기업집단이 계열금융사를 통해 모집한 타인 자금으로 자신의 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 투자한 계열기업이 부실화되는 경우 금융기관도 동반부실화되므로 고객 보호차원에서도 산금분리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산금분리 원칙에 해당되는 금융기관의 범주를 어디까지 정하는가가 논란이 된다. 산금분리원칙이 지켜지는 대표적 국가인 미국의 경우 '금(金)'의 범주를 상업은행에 국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금'의 개념을 제 2금융권을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으로 해석한 유일한 국가이다. 수신기능이 있어 불특정 다수로부터 예금이나 보험가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관을 모두 '금'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건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약자인 금융고객보호 차원에서 가능하다고 하자.그러나 시행령에 있는 여신전문회사 등은 수신기능이 없다. 이들은 일반기업과 같이 회사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여신전문회사는 여신측면에서만 금융회사이지 수신측면에선 일반회사다. 따라서 고객의 이해와 대주주 간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다. 독일 등 상당수 국가에선 여신전문회사는 아예 금융감독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여신전문회사를 금산법 제24조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건 논리적 타당성이 결여됐다. 그런데 현재 금산법 제24조 위반으로 제재 대상이 되고 있는 삼성카드는 바로 여신전문회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