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공대의 기계관에 들어서 있는 한 연구실. 빼곡히 들어찬 각종 부품과 장비 속에서 이 대학 기계공학과 3∼4학년 학생 8명이 바퀴와 뼈대가 달린 한 기계장치에 매달려 있다. 이들은 험한 길을 달리는 데 적합한 소형 자동차(미니바하)를 제작 중이다. 미니바하는 국내에는 거의 보급돼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레저 스포츠용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차종.학생들은 공과대학이 전공 필수(졸업논문) 과정으로 마련한 '창의적 공학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팀을 짜 직접 자동차나 로봇 같은 실제 제품을 만들어 봄으로써 창의력을 키우고 현장 실무능력을 배양하자는 것이다. 영남대 공대는 '이공계 대학 교육이 이론에 치중함으로써 실무 능력이 없는 인력을 배출한다'는 산업계의 비판을 적극 수용해 지난 2002년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미니바하 제작팀의 경우 전문가들도 쉽지 않은 설계는 물론 심지어 부품 제작과 조립 등 전 과정을 자력으로 해결한다. 팀장을 맡고 있는 조재명군은 "1년 동안 새로운 설계 기법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동원해 자동차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또 김정구군은 "강의실에서라면 상상하지도 못하는 실전 기술과 지식들을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미니바하 제작팀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길러진 팀워크를 큰 자랑거리로 내세운다. 팀원들은 각각 프레임(차체),스티어링(조향장치),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브레이크(제동장치),파워트레인(동력장치) 등 분야별 연구를 담당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이틀에 한번씩 모여 각기 진행한 설계를 점검하고 설계상에 충돌이 생길 경우에는 브레인 스토밍을 거쳐 신속히 이를 수정한다. 김대호군은 "어느 한 부분에서 차질이 생기면 전체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각 멤버들이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톱니바퀴 돌아가듯 작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엔진과 타이어를 제외한 60%의 부품을 직접 설계해 만들다 보니 한번에 작업을 끝내는 것이 쉽지 않다. 약간의 설계 오차로도 기능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부품 하나 만드는 데 몇달 이상 걸리기도 한다. 여러차례 시도를 해보다 안 되면 아예 자동차 부품제조업체를 직접 찾는다. 제조공정을 정밀하게 익히기 위해 생산업체에서 이틀 동안 꼬박 지샌 적이 있을 정도라고 김대호군은 설명했다. 한 멤버는 아예 휴학을 하고 1년 동안 주요 부품 가운데 하나인 기어박스만 만들기도 했다. 권용원군은 "워낙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작업을 하다 보니 힘든 것도 즐겁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무엇보다 제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직접 조달한다. 5000만원 정도 되는 총 제작비 가운데 60∼70%가량을 GM대우 등 기업체로부터 후원받았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미니바하 제작팀은 최근 국내·외 자동차 성능평가 대회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열린 '미니바하코리아'대회를 비롯 '2004 인제 랠리' 등 참가한 3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다. 또 지난 5월 말 미국에서 열린 '2005 미니바하 100'에서는 세계 131개 팀 가운데 58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이미 상당한 전문 지식과 실무 기술을 체득하다 보니 이들에게 취업난은 낯선 얘기다. 2002년부터 미니바하 제작팀을 거쳐간 멤버들은 현대자동차를 비롯 삼성SDI나 LG전자 등으로 다양하게 진출했다. 조재명군은 "미니바하 팀의 취업률은 100%"라며 "자동차 제조 실력을 인정받아 특채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