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금산법 포퓰리즘 아닌 법리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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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논란을 빚어온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과 관련,삼성생명과 삼성카드를 분리해 대응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의결권을 인정하되,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주식 5% 초과지분에 대해선 유예기간을 준 뒤 매각처분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 문제를 놓고 대립해온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절충한 셈이다.
하지만 이 또한 기업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경영권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사안을,법리적(法理的) 타당성은 외면한 채 정치적 논리로 푸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여당의 법 개정안은 위헌(違憲)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의 김종률 의원이 어제 "법을 다루는 데 있어 포퓰리즘을 경계한다"며 "헌법과 법률 위에 마치 국민정서법이 따로 있는 듯이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법리적 문제를 제기한 것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실 금산법(金産法)은 이미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하고 있는 공정거래법과 중복된 과잉규제이고,금융계열사가 5%를 초과해 보유한 지분을 의결권 제한에 그치지 않고 강제로 처분토록 하는 것은 기업의 재산권 침해라는 점에서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게다가 삼성생명은 금산법 제정 이전에 삼성전자 지분을,삼성카드는 제재규정 신설 이전에 에버랜드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결국 이를 나중에 팔라고 강제하는 것은 일반적 법원칙을 무시한 소급(遡及)입법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치권 일각과 일부 시민단체는 끊임없이 삼성을 매도하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흔들려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여론몰이와 근거도 분명치 않은 국민정서를 핑계로 법리적 원칙을 손상시킨다면 결국 국가의 법 질서가 무력화되고 경제 혼란과 불확실성만 증폭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무엇보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투자 확대가 다급한 마당에 이런 식으로 기업의 경영권이 위협받게 되면 정상적 기업활동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넉넉하지 않은 투자재원마저 경영권 방어에 집중돼 투자가 크게 위축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활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부터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모두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