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예찬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우선 도시를 묘사하는 단어부터가 건조하고 칙칙하다. "도시는 고향도 어머니도 없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야회에 나간 동안 그 옷깃에서 떨어진 장미꽃 냄새를 맡아가며 고독 속에서 잠든다."(릴케/말테의 수기) "도시는 인류의 가래침이다."(루소/에밀) "유령같은 도시/겨울 새벽에 낀 갈색 안개 아래 런던교 너머로 흐르는 무리…."(엘리엇/황무지) "대도시는 대사막"이라는 영국의 속담처럼 도시는 갈수록 황량해지고 있다. 인간이 창조한 문화의 심벌이건만 거대화되고 복잡해지면서 오히려 인간이 도시로부터 소외당하는 꼴이 돼 버렸다. 하늘은 잿빛이고,공기는 메말라 있고,거리는 번잡하고,이웃은 냉담하고,사람들에게서는 도대체 정(情)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러나 도시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절대적인 삶의 터전이기에 도시를 가꾸려는 정성은 더욱 크게 모아지고 있다. 도시마다 환경친화정책을 펴는가 하면,교통난에 신경을 쓰고,일자리를 늘리고,교육시설을 확충하고,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개선시키려 애쓴다. 좋은 생활여건을 만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여러 매체와 기관들이 해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살기 좋은 도시'를 선정ㆍ발표하는 것도 자극제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경제전문 '포브스'지는 싱글족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엊그제는 스위스의 유명 경제조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밴쿠버를 꼽았다. 특히 캐나다와 호주는 각각 4개 도시가 '톱 10'에 포함돼 이민자들이 몰리는 이유를 짐작케 했다. 서울은 뉴욕 싱가포르 등과 비슷해 127개 도시 가운데 55위에 랭크됐다. 어쩔 수 없이 도시는 양면성을 갖게 마련이다. 인구가 많은 탓에 환경이 나빠지긴 해도 도시의 편리함을 누리며 산다. 살기 좋은 도시를 선정하는 기준들이 있지만,최고의 도시라면 건전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미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도시가 아닐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