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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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를 잇는 건 동질감이다.
뭔가 통하는 게 있어야 정겹게 느껴지고,일단 호감이 가야 관심도 갖게 마련이다.
음식은 동질감의 주된 요소 중 하나다.
어느 나라 혹은 어느 지역 출신이라는 건 식성과 직결된다.
한국인은 김치,유럽인은 치즈,일본인은 우메보시(매실장아찌)를 먹어야 하는 게 그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이마트와 함께 사람들이 자주 찾는 생선을 알아봤더니 1위가 고등어였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으로 나타난 것도 고등어였다.
하기야 '어머니와 고등어'(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한 귀퉁에 고등어가 …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이를 먹을 수 있네…)라는 노래도 있다.
즐겨 먹는 이유로 '건강에 좋다'와 '저렴하다'가 꼽혔다는 데서 보듯 고등어는 싸고 영양도 만점이다.
'바다의 보리'라는 별명은 고등어가 얼마나 서민적인 생선인지 전해준다.
그러나 값에 상관없이 고등어는 대표적인 등푸른 생선으로 뇌의 활동을 촉진시키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DHA와 비타민 B,E 등을 풍부하게 지녔다.
요즘엔 싱싱한 생물도 많고 잘 손질한 다음 진공포장해서 파는 것도 많지만,중년 이상에게 고등어는 생물보다 짭짤한 자반으로 훨씬 더 익숙하다.
실제 나이든 세대들은 묵은 김치 내지 큼직하게 자른 무를 넣은 다음 갖은 양념을 얹은 짭짤한 고등어 조림을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고들 말한다.
그런 까닭일까.
냉동시설이 없던 시절 내륙지방에 생선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경북 안동 간고등어가 지역 명물로 떴다.
일반 고등어보다 훨씬 비싼데도 잘 팔려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자 요즘엔 녹차 고등어 등 갖가지 브랜드도 등장했다.
고등어 요리는 다양하다.
생강과 청주를 넣어 비린내를 없앤 조림도 맛있지만,굵은 소금을 뿌려 석쇠에 구운 것도 좋고 바쁠 때는 프라이팬이나 그릴에 구워도 된다.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는 옛말도 있다.
햅쌀밥에 고등어 한 토막,콩나물국 김치면 더할 나위 없는 참살이 식단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