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동막골' 촌장의 지도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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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 암 < 홍익대 교수·경제학 >
영화 '웰컴 투 동막골' 관객이 700만명을 넘었다니까 웬만한 사람들은 '동막골'이 어떤 동네인지 알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전쟁이 터진 줄도 모른 채 서로서로 사랑하며 넉넉하게 살아간다.
얼마나 평화롭고 풍요로운 마을이었던지 전쟁의 와중에서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지고 동네를 찾게 된 이방인들을 모두 감동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대립과 반목을 접고 목숨을 바쳐 이 마을을 지키게 한다.
'동막골'은 영화 속에 나오는 이상향의 마을이므로 단순화해 어느 한 측면만 강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마을 촌장은 "별 탈 없이 촌민을 끌고 가는 비결이 뭡네까?"라고 물었을 때 "뭐를 마이 메기야 돼"라고 대답한다.
정신적 풍요와 함께 물질적 풍요, 생활수준 향상, 경제성장을 강조한 대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동네로 흘러든 국군 인민군 연합군은 왜 서로 싸워야 했을까.
각자 풍요롭게 살기를 바라면서도 풍요에 대한 생각과 달성 방법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의 이견과 대립은 항상 있어 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경제성장도 중요하지만 '경제 올인'의 부작용을 지적하고,시장경제를 한다면서 사실은 시장경쟁을 배척하며, 과거를 이어나가기 보다 과거를 청산하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보다 일찍 경제발전을 이룩한 선진국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세기 초 세계경제는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최초의 글로벌 경제를 구축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거치면서 자유시장경제의 부작용이 노출되고 정부가 간섭하는 혼합경제로 이행했다.
그러나 20세기 말에는 혼합경제의 부작용이 누적되면서 다시 자유시장경제로 전환됐다.
문제는 변화와 개혁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다시 새로운 부작용을 잉태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유럽의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실업 수당, 최저임금, 신규 고용에 대한 각종 규제가 오히려 유럽의 고실업 원인이 됐다.
물론 이런 대책이 처음부터 실업자 양산으로 이어졌던 것은 아니었다. 고용안정과 복지 대책이 초기에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시간이 가면서 근로자가 나태해지고 생산기술도 기술집약적으로 변모하면서 고물가 속 고실업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참여정부 역시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고 있다.
경제시스템 개혁 및 교육과 과학기술 정책으로 성장잠재력 확충을 도모하며,국가균형발전과 삶의 질 향상으로 분배를 개선한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성장과 분배를 모두 강조한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음에도 성장잠재력은 과거에 비해 약화되고 있으며 분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즉 경제정책이 초기부터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행히 올 하반기 들어 소비가 살아나면서 경제성장률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8ㆍ31 부동산 대책으로 건설투자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대책 후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으므로 지금이야말로 소비 회복을 투자 회복으로 연계시켜 성장잠재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핵심은 정부가 어떤 방법으로 투자를 활성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임기 후반에 접어든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정책 노선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나 '뭐를 마이 메기지' 못하는 이념적 대립은 빨리 버리는 것이 좋다.
투자를 살리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려는 정책을 경제 올인 정책으로 불러야 할 것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동막골'의 풍요와 평화를 보여줌으로써 수구와 보수를 감동시키고,나아가 이들이 마을의 수호자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