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평촌 등 최근 전셋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수도권 신도시 일부 지역에서 평형을 낮춰 전세를 옮기는 '역(逆) 갈아타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뜀박질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전세 계약 만료를 몇 달 앞두고 기존 계약 당시의 전셋값 수준인 집을 물색해 이사를 서두르는 세입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6일 일선 중개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분당 서현동 한양아파트 60평형의 전세가격은 4억2000만원으로 2년 전 시세인 3억원보다 1억2000만원 올랐다. 32평형 전셋값도 '8·31 부동산대책' 발표를 전후로 최고 5000만원 올라 2억7000만원 선이다. 이처럼 전셋값이 뛰면서 기존 전세를 살던 사람들이 같은 단지 내에서 평수를 줄여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전셋값 부담을 떠안느니 차라리 집 크기를 줄이자는 생각을 가진 세입자들의 고육책인 셈이다. 분당 서현동 G공인 관계자는 "매매와 마찬가지로 전세시장에서도 평형을 넓혀 이사 가는 갈아타기 수요가 많았는데 전셋값이 오르면서 이런 움직임이 사라졌다"며 "오히려 60평형 전세에 사는 세입자가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50평형 전세로 옮기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입자가 전세 계약 만료를 남기고 집을 비워도 집주인들은 새로운 계약을 통해 높은 전셋값을 받을 수 있어 이를 반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분당과 함께 신도시에서 전셋값 상승률이 비교적 높은 평촌도 상황은 비슷하다. 평촌 범계동 목련마을 선경아파트 36평형의 전셋값은 최고 2억8000만원으로 올 초에 비해 7000만원 올랐다. 이에 따라 전세가격이 조금 저렴한 주변 단지에서 평형을 줄여 전세를 새로 얻거나 아예 기존 전셋값 수준의 집을 찾아 의왕 등 인근 도시로 밀려 나가는 세입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범계동 H공인 관계자는 "자녀 학군 등을 고려하는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을 맺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36평형 전세에서 2억원 안팎의 32평형 전세로 옮기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며 "집을 줄여 이사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전셋값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세입자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