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연 < KIST 선임연구원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찾아온 30여명의 초등학생과 대화시간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 오랜 만에 들어보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었다. 아이들의 활기발랄한 모습은 예전 내가 어렸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녀석들의 모습은 많이 달라 보였다. 우선 안경 낀 친구가 매우 많았고 체격도 많이 커진 것 같았다. 과학기술 대사로서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했을 때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 초등학생들과의 대화는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은 부담이 되었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과학영재반 활동을 하는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기대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나노기술(Nano technology)을 설명하면서 이 분야에서 다루는 것이 얼마나 작은 크기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센티미터(cm)부터 시작해 단위(unit) 이야기를 하였더니 이 영재반 아이들은 나노미터의 정확한 크기는 물론 그보다 작은 피코(pico·10-12),펨토(femto·10-15)라는 단위까지도 줄줄이 꿰고 있었다. 게다가 "월급은 얼마 받아요?" "그 월급으로 잘살 수 있어요?" 등 이들의 질문과 대답은 상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었다. 지난 70,80년대 공부 잘하는 학생의 상당수가 자연계를 선택하고,그 중에서도 상위권 학생들은 의과대학 대신 물리학이나 전자공학 등 이공계에 진학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던 때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가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어 내는 등 제한적이나마 세계적인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것도 당시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조국 발전의 견인차라는 기대와 긍지가 그들의 어깨 위에 올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때도 보수는 변호사,의사들이 더 많이 받던 시절이었다. 최근 이공계 지원율 감소와 중국 등 후발국들의 맹 추격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장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와 같이 사회적 관심이나 명예만으로 우리 아이들이 이공계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경제적 혜택이나 인센티브,그리고 정책적 수단으로는 대세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 그보다는 아이들 개개인의 인생목표와 적성에 맞는 길로 선배들이 잘 인도하여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동기 부여를 해준다면 경제적 지위 개선이나 정책적 배려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시작에 불과한 과학기술인과 학생들의 대화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지며,이런 작은 노력들이 어울려 과학기술 한국의 미래를 밝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