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6일 예비감사 결과만으로도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경영은 '내 맘대로' 식이고 이사회와 감사는 '거수기' 역할만 충실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이날 첫 타깃으로 지목한 토지공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설립 본연의 임무인 공공 서비스는 외면하고 수익에만 치중한 결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만들어 내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게 감사원의 시각이다. 토지공사는 수도권 공공택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조성 원가를 실제보다 높게 산정,최근 3년간 5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 또 4조원에 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운영하면서 자회사인 5개 기업에 변칙 투자,수천억원대의 이익을 챙겼다. 공공과 민간 부문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프로젝트 회사를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한 것.이 과정에서 토지공사는 건설교통부 장관의 승인 요건을 피하기 위해 출자 지분을 20% 미만으로 유지하는 편법도 동원했다. 이로 인한 토지가격 상승은 건설 원가에 그대로 반영돼 아파트 가격 급등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게 감사원의 해석이다. 토지공사는 특히 땅 장사를 통해 배를 불렸다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분식회계로 이익 규모를 2000억원이나 축소 신고했다. 이에 대해 토지공사는 장기간 미개발 상태인 토지에 대해 재고자산평가 충당금을 설정했을 뿐 분식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토지공사는 또 분식회계 외에 본업과 무관한 금융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100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지난해 200억원을 출자해 무려 11개 자회사를 신설했고 이 과정에서 사업 중복과 부실 경영으로 59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지난해 이사 6명 전원을 모기업인 가스공사의 전·현직 임원으로 채웠다. 한국전력도 자회사인 한국KDN에 광케이블 시설 공사를 수의계약 형태로 맡기면서 168억원의 특혜를 제공했다. 대한석유공사의 경우 2002년 정부가 가이드 라인으로 제시한 6%의 4배인 24%의 임금을 인상,2001년 3100만원이었던 1인당 평균 임금이 4500만원으로 급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주 사업과 무관한 골프장 건설에 33억원을 투자했다. 주택공사는 부당 수의계약을 통해 자회사에 100억원을 부당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성이 강한 국책 금융회사들의 경우 당초 설립 목적과 다르게 일반 회사채를 마구잡이로 매입,민간 은행들의 영역까지 침범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행의 경우 설립 취지와는 달리 가계부문 대출을 확대,1999년 6.5%(1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가계대출 비중이 지난해 15.4%(7조7000억원)까지 급증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제3섹터 출자법인을 무분별하게 설립,모두 38개 법인 중 76%인 29개가 만성 적자에 빠졌으며 특히 이 중 6개는 결손 누적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