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퇴사에 앙심을 품고 4000억원대의 잠재적인 시장가치를 지닌 첨단 모터 제작기술을 중국에 빼돌린 중소기업 간부가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합동수사 끝에 검거됐다. 인천지검 형사1부(이권재 부장검사)는 6일 전자제품 부속품의 설계도면을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부속품 생산업체인 M사의 전직 중국 생산공장장 이모씨(44)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씨로부터 부속품 설계도면을 넘겨받은 뒤 유사 제품을 만들어 국내 전자제품회사들에 납품한 혐의(특허법 위반)로 중국기업 N사의 한국지점 직원 김모씨(42)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기업인 M사 이사로 재직해 온 이씨가 회사 기밀을 유출하기 시작한 것은 이씨가 M사 중국 현지 공장 책임자로 지내던 작년 3월부터였다. 이씨는 등기이사로 승진하지 못할 경우 회사 기술을 이용,개인사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에 따라 휴대전화 진동모터 관련 설계도면 91장을 자신의 아파트로 빼돌렸다. 그러나 이씨는 이 같은 설계도 유출사실이 임원진에 의해 적발돼 작년 3월 승진대상에서 탈락된 것은 물론 강제퇴직 조치됐다. 이로 인해 회사에 앙심을 품은 이씨는 지난 5월 M사의 경쟁사인 중국의 전자제품 부속품 생산업체 N사에 접근,M사의 '스테핑 모터' 설계도를 제공하는 대신 발생이익의 20％를 받기로 합의했다. 그는 지난 7월 중국 공장 책임자로 있으면서 잘 알고 지냈던 M사 중국 공장의 중국인 기술자 천모씨를 통해 개발중인 스테핑 모터 기술과 기존 기술에 대한 설계도를 빼냈다. 심지어 이씨는 빼돌린 M사 기술을 이용,M사 제품과 유사한 스테핑 모터를 제작,최근 N사 한국지역 책임자 김씨를 통해 국내 전자업체인 L,S사에 판매를 시도했다. 이씨가 유출한 M사의 스테핑 모터는 CD롬이나 DVD롬 등의 헤드 위치제어에 사용되는 부속품으로 세계모터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N사가 스테핑 모터 기술을 이용해 만든 제품을 국내 시장에 들여왔을 경우 향후 5년간 4000억원가량의 국부가 유출됐을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고용 중인 외국인 기술자에 대한 보안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