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이 대한통운의 지분 21.02%를 전격 매입,1조원대의 대한통운 인수전에 불이 붙었다. GS 금호아시아나 CJ 등 그동안 대한통운 인수를 검토해온 경쟁사들은 STX가 느닷없는 지분 인수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자 크게 당황하면서 향후 대응책 마련에 부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TX는 대한통운이 법정관리 기업이어서 당장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게다가 골드만삭스가 13%의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을 확보하고 있고 대한통운 인수를 공언한 금호아시아나도 벌써 지분 매집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대한통운 최종 인수까지는 험한 길이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대한통운이 정상기업에 가까운 만큼 감자 등의 변수가 많지 않다"며 STX가 경영권 확보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분 어떻게 인수했나 STX가 21.02%의 지분을 확보한 과정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한다. 대한통운 지분 인수 과정에는 '오버넷'이란 한 비상장 중소기업(통신 및 방송기기 전문생산업체)이 자리잡고 있다. 자본금이 37억원에 불과한 오버넷은 2003년 말부터 대한통운 채권단이 보유한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물량을 지속적으로 사모아 왔다. 당시 채권단은 대한통운 주가가 1만5000원대로 오른 이후부터 CB(전환가격 8000원)를 주식으로 전환해 단계적으로 매각했는데 오버넷이 대규모 자전거래를 통해 이 물량을 받아갔다. 오버넷이 2004년 말까지 1년여에 걸쳐 매입한 채권단 지분은 모두 14.5%(160만주)에 달한다. 매입 단가는 평균 2만원선이다. 특히 상장사 주식 5% 이상을 매입할 경우 금융감독원에 공시해야 하는 '5%룰'을 피하기 위해 회사 내 여유자금을 4∼5개 계열사에 대여한 후 매입하는 형식으로 지분을 분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오버넷은 이어 올 들어 대한통운 주가가 회사 정상화 및 M&A 기대감으로 급등하면서 주당 7만원을 받고 STX 등으로 지분을 넘겼다. 평균 2만원 선에서 매입했으니 3.5배가량 차익을 남기고 판 셈이다. 지난해 103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대한통운 주식매매로 무려 800억원의 차익을 낸 것.STX와는 관련이 없는 업체로 파악되고 있다. STX는 오버넷에서 인수한 14.5%외에 외환은행 등으로부터 6.5%를 추가 인수했다. ◆STX가 최종 인수자될까 실제 대한통운은 현재 법정관리를 받고 있어 1대 주주가 된다 하더라도 거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법정관리 기업의 의사결정 권한은 주주가 아니라 법정관리인과 채권단에 집중돼 있는 탓이다. 채권단은 필요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에 대해 감자를 단행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한통운의 경우 꾸준하게 영업이익을 내고 있고 동아건설의 리비아공사 관련 리스크도 제거한 상태여서 추가 감자 가능성은 거의 없는 편이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 대한통운이 순조롭게 법정관리를 졸업할 경우 STX는 1대 주주로서의 기득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신설법인의 첫 주주총회를 주도함으로써 이사회 구성 등에 적극 개입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STX그룹의 노림수는 STX는 대한통운의 법정관리 탈피 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에 선 데다 자금력도 만만치 않아 경쟁사를 긴장시키고 있다. STX는 지난해 STX팬오션이 3000억원의 이익을 낸데다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1000억원 정도의 실탄도 마련했다. 한 관계자는 "대한통운이 국내 최대 육상물류업체여서 STX팬오션과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면서 "정부의 종합 물류기업 육성책에 따른 고성장도 기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차익을 내고 대한통운 주식을 되팔아버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대한통운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추가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영권 인수가 물 건너갈 수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당황하는 경쟁업체 신생 STX그룹이 대한통운 주식을 전격 인수하자 인수전에 뛰어든 다른 대기업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한통운이 택배·육상화물 운송 등의 네트워크를 국내에 확고히 갖추고 있어 인수에 배수진을 친 상태다. CJ도 같은 맥락에서 대한통운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GS도 GS리테일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대한통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정종태.김홍열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