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손잡고 마이크로소프트 아성에 도전.''델파이,파산 신청 임박.' 최근 미국의 경제관련 뉴스의 흐름은 이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구글,야후 등 벤처기업들의 끝없는 영토확장 싸움이다. 이들의 행보는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수많은 뉴스를 양산하고 있다. 이에 비해 '파산신청 임박' 등의 뉴스도 빠지는 날이 없다. 주로 항공사와 자동차업체가 단골손님이다. 미국의 6대 항공사 중 유나이티드,US에어웨이,델타,노스웨스트 등 4개사가 이미 파산을 신청한 상태다. 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완성체 업체가 어려워지면서 델파이 등 자동차부품회사들의 파산신청도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대조적인 모습을 두고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는 '벤처산업과 굴뚝산업의 차이'라고 규정했다. "벤처산업의 경우 사업영역이 무궁무진한데다 직원들의 고용과 해고도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사업을 확장해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항공 자동차 철강 등 미국의 간판산업들은 고유가 등 주변 환경 악화에다 노동자들에 대한 과도한 연금 및 의료보험료 부담으로 고비용의 질곡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물론 은퇴자 및 그 가족에게까지 연금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도저히 수지가 맞을래야 맞을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요즘 어려움에 처한 이른바 자동차 항공 철강 등 굴뚝산업은 한때 미국의 간판산업이었다. 이런 산업들이 흔들리는데도 미국 경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컬럼비아대학의 프레드릭 미시킨 교수는 이를 "기업하기 좋은 환경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금을 끌어들여 사업화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있는 만큼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굴뚝산업의 빈 틈을 빠르게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국가 경제의 부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말로만 떠들었을 뿐,제도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정말 노력해 왔는지 한번 돌이켜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