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인터뷰] '증권시장 최대 큰손'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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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투자전문 금융그룹인 미래에셋을 바라보는 금융계의 시각은 이 한 단어로 요약된다.
지난 1997년 설립된 미래에셋은 공격적인 확장전략을 통해 증권 자산운용 캐피털 벤처투자사에 이어 지난 6월 생명보험사까지 인수, 창립 8년 만에 무시 못할 금융그룹으로 급성장했다.
최근 샐러리맨 등을 중심으로 히트를 치고 있는 적립식펀드 전체 판매액의 25%가량을 차지하면서 미래에셋은 국내 증시의
최대 큰손으로도 자리잡았다.
'블루오션'을 찾는 데도 선두권에 서 있다.
해외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자산운용 시장에 최초로 뛰어든 곳이 미래에셋이었고 뮤추얼펀드(박현주1호) 부동산펀드 사모투자펀드(PEF)도 처음 선보였었다.
하지만 돌풍은 어쩌면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47)은 "마라톤 경주로 치자면 우리는 이제 겨우 5분의 1 정도를 뛰었을 뿐"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생보사 인수를 완료해 자산관리 영업에 필요한 모든 기반을 갖추게 됐다"며 "이제부터 해외 시장에서 나머지 5분의 4를 뛰는 데 총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인도는 물론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구석구석에 자산운용 현지법인을 세운 뒤 아시아 금융시장을 놓고 피델리티 템플턴 등 세계 자산운용사와 한판 붙어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외환위기 후 지난 몇 년간 한국에 진출해 있는 세계 자산운용사들과 경쟁해본 결과 아시아펀드를 갖고 서구에서도 그들과 한번 경쟁해 볼 만하다는 확신이 생겼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생명보험사를 인수한 지 이제 석 달이 지났다.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은 너무 이른 느낌도 든다.
국내 금융회사 중 해외에 나가 성공하는 예가 전무하다시피 한데 왜 해외로 나가려고 하는가.
"국내 주식과 채권만으로는 완전한 고객자산관리가 불가능한 시대가 되고 있다.
이제는 한국 금융회사도 해외로 나갈 때가 됐다.
우리 제조업은 이미 세계 시장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금융업은 제조업에 비해 10~20년 뒤처져 있다.
금융업도 중국의 1개 성(省)보다 작은 한국에만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
-구체적인 진출 방안은 무엇인가.
"향후 5~6년 동안 매년 100억~200억원을 쏟아부어 '미래에셋 아시아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론 현재 홍콩과 싱가포르에 설립된 해외 현지법인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베트남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로 확대하고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전문인력도 총 100여명 정도 충원하겠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투자자에게 한국과 아시아 자본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다양한 펀드와 보험상품을 제공할 생각이다.
또 3~5년 후부터는 유럽과 미국에 사무소를 개설해 그곳 연기금 등에 '미래에셋 아시아펀드'를 판매하겠다."
-최근 인수한 생보사가 어떤 영업을 할지 금융계의 관심이 많다.
"기존 보험사는 설계사 등을 통해 '소비자를 찾아가는' 영업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소비자가 찾아오는' 영업을 할 방침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충실한 재무컨설팅을 서비스해 금융소비자의 인생 설계에 도움을 주는 보험사가 되면 고객이 찾아올 것이다.
노후설계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존 보험은 미래의 위험을 대비하는 상품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우리는 변액보험을 중심으로 위험대비와 투자가 50 대 50의 비율인 상품에 집중하겠다."
-생보사 상장 문제가 다시 공론화되고 있는데.
"정부가 상장방침을 확정한 후 기회와 여건이 되면 미래에셋생명 상장을 적극 추진하겠다.
국내에서 손보사는 모두 상장돼 있는데 생보사라고 상장 못 한다는 법은 없다.
큰 틀에서 볼 때는 생보사 상장은 우량주 공급을 늘린다는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다."
-지배구조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현재 유보 중인 미래에셋캐피탈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내년 중 재추진하겠다.
지배구조가 보다 투명한 금융그룹을 만들겠다.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아니라 소액주주 직원 등을 포함한 제반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급등했는데 추가 상승이 가능한가.
"한국 제조업체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7%로 일본의 두 배 수준이다.
순이익 1조원이 넘는 한국 기업도 세계 세 번째로 많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동안 우리기업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고 이런 긍정적 측면은 무시했다.
한국 증시는 지금도 분명 저평가돼 있고 추가 상승의 여지가 충분하다.
다만 최근에 증시가 너무 빨리 오르고 있다는 점이 다소 염려스럽다."
-부동산 투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의 '8·31 부동산대책'으로 부동산가격은 고점을 친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부동산을 주된 투자대상으로 삼는 개인은 큰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설령 부동산값이 1~2년 뒤 한두 차례 추가 급등해도 여기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정부가 국내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릴 방법은 아직 얼마든지 남아 있다.
일례로 개인에게 외국 부동산 투자를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해주면 국내 부동산 가격은 급락할 것이다."
-30~40대 샐러리맨들에게 재테크 조언을 해 준다면.
"저금리시대에선 펀드와 변액보험에 장기 투자하는 게 가장 현명한 재테크 수단이다.
다만 너무 고수익을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
이상열·양윤모 기자 mustafa@hankyung.com
< 약력 >
△1958년 광주생
△1977년 광주제일고등학교 졸업
△1983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91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중앙지점 지점장
△1996년 동원증권 강남본부장 이사
△1997년 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자산운용 설립
△1999년 미래에셋증권 설립
△2000년 미래에셋투신운용 설립
△2003년 홍콩 현지운용법인 설립
△2004년 맵스자산운용,싱가포르 현지운용법인,국내 1호 사모투자펀드(PEF) 설립
△2005년 미래에셋생명 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