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들의 행적을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은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고 꼼꼼하다. 왕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기침을 한 횟수 등도 기록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한글창제로 유명한 세종대왕의 행적을 적은 '세종실록'에는 정작 한글창제와 관련한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다. 당시 집권 사대부층이 한글창제에 얼마나 완강하게 반대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MBC가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 '천년의 리더십,CEO 세종'(9일 오후 1시10분)을 방송한다. 2001년부터 한글특집 다큐를 기획,제작해 온 최재혁 아나운서의 작품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글의 우수성을 부각하는 데 중점을 둔 전작들과 달리 한글 창제를 비롯 다양한 문화정책을 이끌었던 세종의 탁월한 리더십에 포커스를 맞췄다. 제작진은 세종이 집권 중반기 세자인 문종에게 서무결재권을 넘겨주고 의정부에 권한을 대폭 이양한 것이 건강 때문이 아니라 일생의 프로젝트인 한글을 창제하기 위해서였다고 분석한다. 또 세종 4년 1월1일 중국에서 만든 역법을 사용해 개기일식을 관측한 결과 시차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을 계기로 '조선은 중국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글을 창제하기로 결심하게 됐다는 내용도 전한다. 조세개혁을 추진하던 세종이 신하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당시로는 획기적인 총 17만호(약 100만명)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세종은 무려 17년에 걸친 설득을 통해 마침내 모든 신하들로부터 만장일치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