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를 덜 쓰는 일본 기업들의 에너지 효율체계가 주목받고 있다. 1970년대 오일 쇼크를 겪고 나서부터 에너지 절감에 많은 돈을 투자해 성과를 올리고 있는 일본 제조업체들을 벤치마킹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일부 일본 기업들은 높은 에너지 효율을 올리는 노하우를 해외기업에 전수하면서 적지 않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철강과 시멘트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기초소재 분야 제조업체들이 한국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에 비해 에너지를 훨씬 적게 사용하고 있어 고유가시대에 큰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몇 달 동안 일본 내수 회복세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일본 기업들의 주식을 대거 사들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제 이들의 높은 에너지 효율에 후한 점수를 주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기업의 탁월한 에너지효율 일본철강연합이 각국의 주요 철강업체들을 상대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에서 신일본제철 JFE홀딩스 등 일본업체들은 한국 중국 미국 EU의 기업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 철강 1톤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을 비교분석한 결과 일본 기업을 100으로 했을 때 중국은 150,미국은 120,EU는 110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한국 기업이 105로 일본과의 격차가 가장 작았다. 시멘트산업에서도 일본 기업들은 한수 위의 실력을 자랑했다.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비즈니스 포럼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타이헤이요 시멘트 등 일본 기업들에 비해 미국은 시멘트 1톤을 생산하는 데 에너지를 77% 더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52%,EU와 한국은 각각 30%를 더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애널리스트들은 "일본 기업들은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만큼 에너지 비용 부담이 적어 장기적으로는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에너지 절감 노력 일본 기업들은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재조정하고 효율이 높은 동력생산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에너지 절감에 매진해왔다. 신일본제철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생산공정을 통합·단순화시켜 에너지 소비량을 줄였다. 폐열의 재활용에도 역점을 둬 철광석을 녹일 때 나오는 열을 버리지 않고 모아 철강제품 성형 공정에 사용했다. 이 같은 에너지 효율 제고 노력을 통해 신일본제철은 철강 1톤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 양을 1970년대에 비해 29%나 절감했다. 또 전체 에너지 사용량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을 1970년대 30%에서 3%로 크게 끌어내렸다. 신일본제철의 대변인 스즈키 마사토는 "석유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절감함에 따라 고유가의 충격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기업들은 에너지 절감 노하우를 외국기업에 전해주면서 수익을 거두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고 있다. 신일본제철은 인도 타타그룹에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 등을 수출했으며 스미토모철강도 중국의 한 제철소에 동력생산시스템 관련 노하우를 이전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