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북동부 지방에서 8일 오전 8시50분께(현지시간) 리히터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 수천명이 사망했다. 특히 파키스탄에서는 인도와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와 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지역인 노스웨스트 프런티어주(州)의 산간 마을들이 산사태 등으로 완전 초토화되면서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또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서는 아파트가 무너져 8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한 가운데 수백명이 매몰돼 있으며 라호르에서도 시장 건물이 붕괴됐다. 파키스탄에서는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이미 1천명을 넘어섰다. 진원지와 가까운 인도령 카슈미르 지방에서도 237명이 사망하고 600여명이 부상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사망자가 나오는 등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자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규모ㆍ파장 =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의 강도를 리히터 규모 7.6, 일본 기상청은 7.8이라고 각각 측정했다. USGS는 "발생 위치와 규모로 볼 때 상당한 인적, 물적 피해를 유발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진원지가 비교적 얕아 피해 지역이 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진이 리히터 규모 6.0 이상이면 심각한 피해가 있을 수 있고 7.0 이상이면 ' 메이저급' 지진으로 분류돼 광범위한 지역에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 진원지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북동쪽으로 95㎞, 인도 카슈미르주 스리나가르에서 북서쪽으로 125㎞ 떨어진 곳의 지하 10㎞ 지점이다. 이번 지진은 지역에 따라 30초∼1분간 강진이 계속된 후 14차례 정도 여진이 이 어졌고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와 인근 라발핀디, 라호르, 페샤와르 등은 물론 남서쪽 700㎞ 지점인 퀘타 등 파키스탄 전역에서 감지됐다. 아프간에서도 수도 카불과 배그람의 미군 기지에서도 진동이 느껴졌고 인도에서 도 카슈미르는 물론 뉴델리 근교에서도 진동이 감지돼 수백명이 대 피할 정도로 충격파의 범위가 넓었다. ◇피해 규모 = 샤우카트 술탄 파키스탄 군대변인은 항공조사 결과 "사망자 수가 수천명에 달할 것"이라며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은 북부 카슈미르의 산악지대인 만세라와 무자파라바드 그리고 인근지역"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인구 12만5천명의 무자파라바드에서 최소 250명이 숨진 가운데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1천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북동부 만세라와 말라칸드 지역에서만 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현지 방송은 무자파라바드에서 법원 건물이 무너져 판사 1명과 최소 25명이 숨졌고, 만세라에서도 고등학교 2곳이 무너져 학생 수십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10층짜리 마르갈라 타워 아파트의 4개동 중 2개동이 무너져 200여명이 건물 잔해에 깔려있는 가운데 부상자들이 피를 흘리며 구조되는 모습이 민간 TV들을 통해 방송됐다. 군과 경찰은 아파트가 2차 붕괴될 위험성이 있다고 보고 현재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에서는 또 19층짜리 빌딩 일부가 무너지고 주거용 건물의 꼭대기 2층이 붕괴돼 사상자가 엄청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발핀디에서도 학교 한곳이 무너져 어린이 최소 2명이 숨지 졌으며 라호르에서는 시장 건물이 무너져 수백명이 매몰돼 있는 가운데 최소 8명이 부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인 카슈미르와 노스웨스트 프런티어는 접근이 쉽지 않은 오지인데다 통신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정확한 피해 규모는 시간이 더 지나야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도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자국령 카슈미르에서 순찰을 돌던 군인 15명을 포함해 237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수백㎞ 떨어진 아프간 북부지역에서도 흙집 십여채가 붕괴되면서 어린이 2명이 숨졌다고 현지 관리들이 전했다. ◇파키스탄 정부 대책 =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날 이슬라마바드의 아파트 붕괴 현장을 둘러본 뒤 군과 지방정부에 철저한 대책을 지시했다. 그는 이번 지진을 "국가에 대한 일종의 시험"이라고 규정하고 총리실 산하에 대책본부와 구호기금을 설치하는 한편 군과 지방정부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피해지역 구호 및 구조작업에 나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와 민간의 구조 및 구호활동을 군이 전폭적으로 지원하도록 지시하고 전국의 모든 병원에 대해 비상령을 내려 지진 피해자들이 최우선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에 군당국은 MI-17 헬기 10대를 긴급 투입해 구조활동에 나섰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C-130 수송기를 비상대기시켜 두고 있다. 정부는 또 카슈미르와 노스웨스트 출신 국민들의 귀향을 위해 특별 열차를 편성하고 지진으로 집이 망가진 피해자들을 성지순례객을 위해 이슬라마바드에 마련돼 있는 텐트촌에 수용, 숙식을 제공키로 했다. 파키스탄 국민 30만명이 거주하는 아랍에미리트연방의 파키스탄 대사관은 지진 발생 직후부터 영사과 업무의 24시간 풀가동에 나섰으며, 주재원들의 귀국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 항공편도 마련했다. 한편 영국 정부는 파키스탄과 인도, 아프가니스탄의 지진피해 복구와 피해자 지원에 나설 용의가 돼있다고 밝혔다.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영국 구호단체 옥스팜의 인도대응조정관 라파엘 신다예는 국경 지방 곳곳에 구조물들이 붕괴됐다면서 텐트와 담요, 의약품, 식량, 물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인피해 없어 = 이번 지진으로 인한 한국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의 김경용 참사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피해지역에 직원을 직접 보내 확인하고 현지 경찰과 정보당국에도 수소문한 결과 한인 피해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뉴델리 주재 한국대사관의 차창순 영사도 "인도령 카슈미르에도 한국인 2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모두 무사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는 주로 상업지역인 카라치와 라호르를 중심으로 350여명의 교민들이 있으며 이슬라마바드에는 대사관 직원 등 일부 주재원만 거주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로이터.AP.AFP=연합뉴스)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