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의 블루오션 바람은 남다른 발상과 실천력으로 무장한 '실력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김병철 동양종금증권 상무,김종훈 교보증권 이사,윤종원 메리츠증권 이사,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 등이 주역이다. 이들은 한발 먼저 신천지 개척에 나서거나,차별화된 노하우로 자신의 분야에서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으며 일가를 이루고 있다. 사상 최고치를 열어젖히며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한국증시의 '코드'를 정확히 읽어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박 미래에셋 회장은 한국증시 재평가의 주역으로 불리는 '적립식 펀드'라는 새로운 투자문화를 창출해 냈다. 미래에셋의 적립식 펀드는 전체 시장의 4분의 1 이상을 휩쓸고 있다. 그는 얼마전 SK생명을 인수해 보험 증권 투신 보험을 아우르는 금융그룹을 구축하며 증권가를 넘어 전 금융계의 화제인물로 떠올랐다. 동원증권 사장이던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는 한국투자증권과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증권가에서 '돌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오너라는 배경을 지닌 그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던 외국인들도 새 성장전략을 보여주고 있는 의욕적인 행보를 높이 평가하며 끝없는 주식매수로 화답하고 있다. 김 동양종금증권 상무는 채권 소매영업이라는 미지의 분야를 개척했다. 외환위기 이후 봇물을 이룬 고위험?고수익 채권을 개인투자자에게 소개하는 역발상으로 대성공을 이끌었다. 이제 예전처럼 고수익 채권을 찾아보기는 힘들어졌지만,동양종금증권은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대형사를 따돌리고 채권소매 부문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교보증권 김 이사도 블루오션 개척자로 손색이 없다. 그는 6명의 정예멤버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지난해 한국기업이 발행한 해외 채권(CB,BW 등)의 53%를 주물렀다. 올해도 40%에 달하는 높은 점유율로 해외채권 발행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동서증권 나라종금 브릿지증권을 거치며 10년 넘게 '한 우물 파기'에 매진한 결과다. 메리츠증권 윤 이사(파생상품운용본부장)는 절정의 고수들조차 몇년 못 버티고 대부분 쓸쓸히 퇴장한다는 선물?옵션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만들고 있는 실력파다. 1998년 서울증권에서 매매를 시작해 미래에셋과 메리츠에 이르기까지 가는 곳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2002년 말 메리츠에 둥지를 튼 뒤 올 3월까지 2년반 동안 회사에 안겨준 수익은 400억원에 달한다. 메리츠는 작년 말 업계 최초로 파생상품팀을 본부로 확대개편하고,그를 본부장에 앉혔다. 최 VIP투자자문 대표는 20대 젊은이로 아직 이름 값은 미미하다. 소형 투자자문사 대표로 운용자산 규모는 1000억원 안팎에 불과하지만 '가치투자'라는 새로운 길을 흔들림 걸어가는 데 대한 평가는 만만찮다. '저평가된 종목을 사서 적정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장기간 기다린다'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방식으로 고수익을 내고 있는 데 대한 공감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선 이들 블루오션 개척자의 활약이 갈수록 빛을 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