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목적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육아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것은 물론 보육ㆍ교육비 지원 등을 늘려 출산율을 제고시키기 위한 재정적 뒷받침을 위해서다. 출산기피 현상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임(可妊) 여성 1인당 출산 자녀수가 1.17명에 불과해 세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사회는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는데 출산율마저 이러하다면 국가 활력이 하루가 다르게 쇠퇴하고 경제력 역시 내리막길로 접어들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의 방편으로 목적세를 신설하는 것은 섣불리 해서는 안될 일이다. 목적세는 사용 용도가 분명해 납세자들을 설득하기 쉬운데다 주로 다른 세금에 덧붙이는 방식을 채택해 세금을 거두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 또한 결코 만만치 않다. 우선 특정 목적 이외에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는 까닭에 국가 차원에서 보다 시급히 재원을 투입해야 할 일이 생기더라도 이를 전용(轉用)하기 어렵다.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세제의 복잡성만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실제 운용과정에서 정말 목적에 충실한 집행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 가입을 계기로 '농어촌 경쟁력 향상'을 위해 도입한 농어촌특별세가 좋은 예다. 지난 94년부터 10년 이상 거둬들인 이 세금 중 농림부가 사용한 것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보건복지부(국민연금관리공단 운영비) 교육부(실업계 고교과정 개편 연구비) 해양수산부(여객선 건조비) 등 9개부처가 곶감 빼먹듯 예산을 갖다 썼다. '농어촌 경쟁력 향상'이란 말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해석한 탓이다. 목적세는 한시(限時)적 성격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만들어지면 좀처럼 폐지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고려돼야 할 대목이다. 교통세와 농어촌특별세는 기간이 연장됐고 교육세는 영구화된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따라서 목적세를 신설하는데는 정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는 당장 편한 방법만 찾을 것이 아니라 일반 회계 내에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부터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