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 조류독감 방역 비상이 걸렸다. 각국 정부는 "조류독감이 21세기 흑사병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자 서둘러 긴급 예산을 편성,예방 백신과 치료약을 서둘러 확보하고 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조류독감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에서 유행하고 있는 조류독감이 루마니아 터키 등 유럽에서도 감염자가 보고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미 보건후생부 자료를 인용,"조류독감이 미국으로 번질 경우 수주 내에 19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류독감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 65개국 보건 공무원과 조류독감 전문가들은 지난 6일 국제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주말 주요 제약사 대표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독감 백신 생산을 확대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조류독감의 유일한 치료제로 공인받고 있는 '타미플루'는 특허권을 가진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독점 생산하고 있어 공급이 턱없이 부족,국제적으로 사재기 경쟁까지 빚어지고 있다. 미 정부는 비축량을 현재의 430만명분에서 2000만명분까지 늘리기 위해 의회에 60억∼100억달러의 예산을 요청한 상태다. 미국은 장기적으로 인구의 절반가량을 치료할 수 있는 1억5000만명분의 타미플루를 비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 호주 등 선진국들도 인구의 20%를 치료할 수 있는 타미플루를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구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조류독감이 번지고 있는 아시아 빈국들은 속수무책인 상태다. 인도네시아는 호주로부터 타미플루 4만명분을 지원받기로 한 게 고작이고 필리핀은 아예 약을 구경도 못하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