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며 프로듀서인 프랑스인이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탐구하는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화제다. 바로 올해 부산영화제의 와이드앵글 섹션에서 상영 중인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가 그것. 프랑스의 양대 영화 전문지 중 하나인 포지티브에서 활동해 온 평론가며 아시아 영화 전문가인 위베르 니오그레(Hubert Niogretㆍ59)는 정치와 경제, 문화의 근대사를 통해 지난 10년간 한국 영화 르네상스 원인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 그가 인터뷰한 영화인은 신상옥에서 봉준호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할 만한 감독들과 안성기, 문소리, 강수연 등의 배우들이다. 경제적 어려움과 군부 독재, 검열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던 감독은 이런 사회 토대의 변화를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인 현재와 연결짓고 있다. 9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만난 감독이 꼽는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요인은 검열과 정치적인 억압에서의 탈피라는 사회적인 분위기. 여기에 한가지 덧붙일 것은 바로 스크린쿼터제도다. 니오그레 감독은 "한국 영화는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영화 중의 하나지만 그 성과는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독재의 암흑기를 지났고 경제적으로 발전을 했으며 아울러 검열의 공포에서 벗어난 2000년 전후에 다양한 한국 영화들이 쏟아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는 그가 제작 중인 아시아 영화 다큐멘터리 연작의 두번째 작품이다. 평론가와 다큐멘터리 감독이며 아시아 영화의 전문가로 활동해온 그는 프랑스의 국립영화협회(CNC) 등의 지원으로 아시아 영화의 역사를 스크린에 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60년대 오시마 나기사 감독 등이 영화계를 주름잡던 일본에서 주로 활동했던 그가 첫번째로 만든 시리즈는 2001년 완성한 '홍콩 시네마'. 80~90년대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다룬 이 영화 다음으로 한국을 두번째 국가로 택한 것은 그가 최근 한국 영화의 열혈 팬이기 때문이다. "일본 영화는 예전 같지 않다. 중국이나 대만 감독들의 변화는 흥미로울 뿐이며 홍콩 영화의 전성기는 지나갔다"고 말하는 그는 "1999년 '쉬리'가 '타이타닉'을 물리쳤던 게 충격적이었다"며 "줄곧 관심을 가져왔던 임권택 감독에 김기덕이나 박찬욱, 이창동, 그리고 봉준호나 임상수 등 젊은 감독들이 합세한 한국 영화계는 어느때보다도 다양한 영화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한국 영화의 열혈 지지자이지만 그는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가 얼마나 가게 될지는 아직 두고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스크리쿼터의 축소 위협이 끊이질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여기에 할리우드 영화처럼 자극적인 영화가 관객의 지지를 받는 세계적인 추세 역시 비할리우드권인 한국 영화계에는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미국을 제외한 나라의 영화들은 점점 상황이 좋지 않게 되는 추세입니다. 여기에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도가 없어지면 결과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죠. 살아남을 사람들은 살아남겠지만 작은 규모의 영화인들은 결국 영화 만들기가 점점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죠." (부산=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