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을 찾아서] 증권 :"우리만의 수익구조 찾겠다" 여의도는 혁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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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변하고 있다.
변화의 키워드는 차별화와 복합화다.
목표점은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나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부수고자 하는 장애물은 천수답식 경영이다.
주가가 뜨면 거래가 늘어나서 실적이 좋아지고,주가가 빠지면 거래 감소로 적자로 추락하는 수동형 수익구조를 능동형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관행과 관습을 깨고,'자기만의' 수익구조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실 증권사는 '증권 복덕방'이라는 달갑지 않은 얘기를 들어왔다.
투자자 간에 주식매매를 중개해 주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게 고작이었다.
그 안에서도 회사별 차별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회사가 똑같은 수익구조를 갖고 있었다.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졌고,이는 수수료 인하 싸움으로 불붙었다.
그래서 제살을 깎아먹는다는 소리도 끊이지 않았지만 남이 두 손들 때까지 버티고 보자는 출혈 경쟁이 이어졌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최근 이 같은 '레드오션'을 버리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영역을 집중 공략,'블루오션'을 향해 닻을 올렸다는 얘기다.
각 회사의 변신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이나 우리투자 교보 증권 등은 주식 복덕방을 걷어치우고 자산관리와 IB(기업금융)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증권사 중 블루오션의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으로 꼽을 수 있다.
삼성증권은 몇 년 전부터 시장점유율에 대해 연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수수료 수입이 얼마가 되든 상관 않겠다는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영업사원에 대한 인센티브도 고객의 돈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가 아니라 고객에게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줬느냐에 의해 결정되도록 바꿨다.
최근에는 아예 모든 영업점을 PB(프라이빗 뱅킹) 점포로 전환 중이다.
주식복덕방의 문은 닫고 자산관리와 IB를 두 축으로 재개업한 셈이다.
우리투자증권은 계열사인 우리은행과의 시너지 창출을 통한 변신을 추진 중이다.
자산관리 부문이나 IB 등에서 다른 증권사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IB업무를 통합한 지 6개월 만에 1인당 평균 1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10억원을 웃돈다.
올해 IB부문 연간 수수료 이익만 1000억원을 넘어설 게 확실하다.
우리은행이 쌓아온 풍부한 기업 네트워크와 증권의 인수 및 발행 주선 업무 경험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교보증권은 교보생명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IB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최근 수립했다.
굿모닝신한증권도 신한은행과의 시너지를 높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국내를 넘어서 해외시장이라는 블루오션으로 나가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미래에셋이다.
이미 싱가포르와 홍콩에 현지법인을 세워 펀드 상품을 인기리에 팔고 있다.
중국은 물론 유럽에도 미래에셋 깃발을 꽂을 예정이다.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생명보험회사를 인수,자산관리의 체계를 완성했다는 게 미래에셋의 판단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템플턴이나 피델리티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과 한판 붙어보겠다는 것.동원증권이 한투증권을 인수해 새로 태어난 한국투자증권도 아시아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큰 규모의 자산을 갖게 된 한국투자증권은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현대 대신증권도 최근 변화의 액셀러레이터를 밟기 시작했다.
대신증권은 자산관리부문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증권 역시 다른 증권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이다
영업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온라인 포털업체와 연계해 증권거래를 쉽게 만들고,메신저를 통해 전문가와 상담하고 매매도 가능토록 했다.
또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증권사도 적지 않다.
동양종금증권은 회사채 부문에서 독보적 영역을 개척해 차별화에 성공한 케이스다.
키움닷컴이나 이트레이드 등 온라인 전문업체의 약진도 눈에 띈다.
온라인거래에 집중함으로써 레드오션을 블루오션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다.
한 증권 전문가는 "증권과 은행 보험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지금 과거처럼 복덕방 영업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며 "전문화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할 수밖에 없고 이 경쟁에서 탈락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블루오션을 찾기 위한 증권사들의 노력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