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0년후를 생각한다] 성장중심 새 틀 짜야 10년후에 먹고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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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 경제계의 화두는 '미국 수수께끼' 풀기다.
세계시장을 호령해온 GM 델파이 유나이티드항공 등 자동차 항공 분야의 간판 거대 기업들이 잇달아 파산 위기에 빠져있는데도 지난 2분기 3.3% 성장하는 등 9분기 연속 3% 이상의 고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수수께끼의 답은 '성공적인 산업 간 세대 교체'다.
시장은 포화상태에 빠진 반면 급증하는 노조비용 등으로 좌초 위기에 빠진 '굳은 살' 기업들의 자리를 메울 '새 살'을 일궈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세계 정보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e베이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그 주역이다.
이처럼 물 흐르듯 주력산업의 세대 교체를 이뤄낸 요인을 전문가들은 10여년 전 시작된 국가 차원의 신(新) 성장동력 육성 프로젝트에서 찾는다.
1993년 집권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하자 마자 앨 고어 부통령에게 직접 사업기획단장을 맡겨 '첨단 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 개통작업'을 진두 지휘한 것이 오늘의 결실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일본 경제가 20년 만의 '주력 기업 U턴 행렬'에 고무돼있는 것도 세계 전문가들의 주목 대상이다.
소니 캐논 도요타 다이하쓰 등 IT 자동차 기계분야의 간판 일본 기업들은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옮겼던 주력 공장들을 속속 본국으로 귀환시키고 있다.
일본은 10여년 전부터 중·저급 기술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에 넘겨주고,국내에는'최첨단 기술집약산업기지'를 구축하는 전략을 펴왔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가 고부가가치 창출과 친기업 환경조성에 힘을 모은 결과,해외로 나갔던 공장까지 되돌아 오고 있는 것이다.
이들 국가의 '역전 스토리'를 설명하는 데 빠지지 않는 게 있다.
정부의 역할이다.
민간의 창의를 북돋울 과감한 규제혁파와 혁신,시장을 이끌어나갈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자율 확대와 지속적인 개방화를 통한 외국 자본과 기술 수혈 등이다.
이런 전방위적인 '성장동력 구축'에 정부가 앞장섰기에 화려한 '부활 쇼'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10년 후 무얼 먹고 살 것인가'라는 화두에 골몰하고 있는 한국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대목이다.
국내 기업들과 학계,정부는 저마다 '10년 후'를 화두로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과제와 씨름하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 지시로 주(駐)독일대사관으로부터 기존 주력산업의 쇠퇴와 통일비용의 무게에 짓눌려 흔들리고 있는 독일 경제의 문제점과 대책을 심도있게 분석한 보고서를 받아 정부 관계자들에게 숙독을 지시했다.
현상 타개와 미래 도약을 위한 과제에 정부가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10년 후 한국'을 걱정하게 만드는 요인은 지금부터 10년 전의 미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더 많다.
세계 최고 속도의 저출산·고령화 속에서 거듭되고 있는 교육규제는 성장의 필수요소인 인력의 양(量)과 질(質) 양쪽 모두에서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우려되고 있고,노골화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기술 패권주의와 중국 인도 등 신흥 거대 경제강국의 부상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글로벌화의 빠른 진전은 모든 것을 불확실성 속으로 밀어넣고 있지만,반대로 의외의 분야에서 국면을 전환시켜 활로를 여는 기회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18세기 말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가 '인구론'을 통해 전세계 인류가 피할 수 없는 인구팽창과 구조적인 식량위기로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그가 예견하지 못했던 산업혁명과 글로벌화(이민·해외진출)로 인해 세계 경제는 정반대의 대도약을 시작했다.
10년 후 한국의 도정(道程)에는 도전인 동시에 기회의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황우석'의 바이오 산업이 신데렐라가 될 수도 있고,세계에서 사용인구밀도가 가장 높다는 인터넷 등 IT와 서비스산업이 한국 경제의 중흥을 밑받침할 수도 있다.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전통 제조업이 혁신의 블루오션을 찾아 다시 한번 우리 경제를 받쳐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기회요인들이 최대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총체적인 비전을 세우고,기업들은 혁신의 대장정을 향해 새롭게 신발끈을 고쳐매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41주년을 맞아 '10년 후를 생각한다'는 시리즈를 시작하는 이유다.
이학영 경제부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