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이행희 <한국코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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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희 < 한국코닝(주) 대표, leehh@corning.com >
해마다 미국의 포천이라는 잡지는 여러 각도에서 기업을 평가해 우수한 세계 500대 기업을 선정,발표하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코닝은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포천지 선정 기업 중 하나다.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서 50년도 아니고 150년이라는 세월 동안 기업의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에는 반드시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 이유를 대자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innovation)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미래를 위한 기술투자가 그것이다.
한 제품이 인류 생활을 변화시키는 혁신으로 나오기까지 줄잡아 30여년이 넘는 기술투자 기간이 있었다.
과거 TV용 유리밸브가 그랬고,지금의 광대역망 통신 기술을 있게 한 광섬유가 그것이고,컴퓨터나 차세대 평판 TV를 위한 박판 유리,대기 환경을 정화시키는 자동차용 세라믹,이 모두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2001년에는 150년 기념행사로 타임캡슐을 본사 앞뜰에 묻었다.
이는 다음 150년 역사를 기약한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자.꾸준한 성장으로 100년 이상을 이어온 기업이 국내에 몇 개나 되는가? 문어발식 사업다각화가 아니라 기술 투자로 한 산업의 리더로서 역사를 만들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기업이 얼마나 존재하고 있나?IMF 외환 위기 이후 정부의 벤처 육성에 힘입어 많은 벤처가 생겨났지만 기술개발로 10년을 넘기며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코닝도 150년이 넘는 역사에 몇 번의 위기가 있었다.
3년 전 닥쳐온 통신사업 시장의 침체로 엄청난 시련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그 위기 속에서도 전체 매출의 10%를 끊임없이 신규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경영자의 의지는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 그 이상의 것이었다.
지난해 초 미국 본사에서 열린 각국 대표회의에선 중국 기업들의 부당한 경쟁과 유사품 제작 현실에 대한 토의가 있었다.
한 일본 대표가 내 시선을 외면한 채 한국도 일본 제품을 복사해 오늘에 이르렀고,지금도 이를 바탕으로 한 부당 경쟁을 유도하고 있으며 지금의 중국 상황이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대단한 피해의식이었다.
싸늘한 회의장의 분위기와는 달리 내 얼굴은 화끈거렸다.
아마도 많은 일본 사람이 한국의 기술 개발에 대한 입장을 중국과 다르게 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부동산 투자나 M&A로 기업의 외형을 확장해 가는 그런 성장 말고,핵심 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지금의 이익이 아닌 차세대를 위한 선행 투자로 우리의 기업역사와 내일을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