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 우 < 고려대 정경대학장·경제학 > 1990년대 6%대였던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8%로 약화됐고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최근의 한국은행 경고는 예사롭지 않다. 참여정부에 들어와 잠재성장률에도 못미치는 실질성장률이 계속되고 있으며 세계 평균성장률에도 못미치는 3~4%대의 성장률을 3년 연속 기록한 건 일찍이 한국 경제에 없었던 현상 중의 하나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참여정부 집권 2년 반은 경제적 측면에서 '잃어버린 시기'로 진단할 만큼 성장잠재력이 퇴보한 기간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기업들은 반기업 정서와 불확실성에 얽매여 국내투자를 주저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경제의욕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가 고령화ㆍ저출산 시대에 본격 진입하면서 최근 몇년과 같은 저성장률로는 선진국 진입조차도 불투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도처에서 들려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참여정부의 남은 임기동안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는 상당 기간 성장동력을 잃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간 세 차례 추경편성,네 차례 콜금리 인하,세 차례 재정 조기집행,두 차례 서민ㆍ중산층대책,청년실업대책,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건설경기 연착륙 방안 등 20여 차례에 걸친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과 정책의 불확실성 등으로 난마처럼 얽혀 있는 경제문제를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침체의 늪에서 탈출해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선 얼어 붙은 투자심리를 살려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신바람나서 투자할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제도적 뒷받침도 해야 한다. 분위기 조성엔 대통령이 앞장서서 범 국민적으로 경제에 올인하는 일대 전환점을 이끌어내야 한다. 노ㆍ사ㆍ정 대타협으로 가라앉고 있는 한국호(號) 항공모함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열 번 백 번이라도 시도해야 한다. 30여년 전 1차 오일쇼크가 왔을 때 일본의 대다수 경영진과 임원들은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해 임금동결을 앞장서 실천함으로써 고유가로 인한 원가상승 압박을 해소했다. 70년대 말 2차 오일 쇼크 때는 노동자들이 이제는 우리 차례라고 외치면서 임금동결을 주도해 국제경쟁력을 유지했다. 불황극복에 '가미카제' '사무라이' 의 일본인 정신을 발휘했던 저력이 분명 우리 국민들에게도 내재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저력을 이끌어 내는 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의 몫이 아닐까.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던 다국적 기업들도 인건비 부담과 노사분규를 견디다 못해 잇따라 철수하는 오늘의 여건을 콧노래 부르면서 너도 나도 달려오는 다국적 기업의 투자의 요람으로 일대전환시키는 묘책은 없을까. 참여정부 들어 일자리 대책에 3조5000억원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실질적인 고용확대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장기적이며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은 투자를 늘리는 데서 찾아야 한다. 투자가 고용을 낳고 고용은 소비증대로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우리 경제가 지향해야 하는 이정표이다. OECD는 한국이 OECD 국가의 1인당 평균소득에 도달하기도 전에 저성장 기조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제의 조로(早老)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이 저성장의 늪에서 헤쳐나오는 길은 투자활성화와 미국의 4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노동생산성 향상에 있다. 저 성장을 타개하는 전제조건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ㆍ노사ㆍ교육 등 각 분야에 깊숙이 잠재해 있는 분배ㆍ균형의 논리를 하루속히 성장ㆍ경쟁의 원리가 지배하는 사고의 틀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선 무엇보다 추락하고 있는 성장잠재력을 회복해야 하며 투자복원을 위한 범국민적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분배와 균형은 성장이 전제돼야만 가능함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