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콜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2002년 5월 이후 3년5개월 만의 첫 인상이다. 어느나라나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은 경기회복이 뚜렷해져 물가불안이 우려될 때 이뤄지고,또 한번 인상되면 그 방향으로 탄력이 붙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최근 경기상황에 대한 한국은행의 판단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박승 한은 총재는 금리인상 배경을 한마디로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이 가능한 만큼 어느정도 선제적(先制的) 대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금리를 그대로 뒀는데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금리역전폭이 너무 커져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선제적 대응의 배경이라고 했다. 실제 최근 소비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400조원이 넘는 과잉유동성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난달 박 총재의 금리인상 시사(示唆) 발언 이후 시중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에선 이미 콜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따라서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마저 있었다. 어제 콜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증권시장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이를 잘 보여준다. 문제는 향후 통화신용정책의 방향이다. 이번 금리인상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만큼 당장 경제에 주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인상이 자칫 통화당국의 저금리기조가 끝났다는 신호로 여겨질 경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에 커다란 부담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은행도 통화정책방향에서 '설비 건설투자의 개선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듯 아직 경제 회복세가 뚜렷하다고 속단하긴 이르다. 게다가 고유가 등 대외 불안요인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더 오른다면 민간 소비가 둔화되고,아직 얼어붙어 있는 투자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더욱 깊은 침체의 골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책당국이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과 금리결정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다. 박 총재 스스로도 "내년까지 경기를 도와주는 금리정책 기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분명히 밝힌 만큼 앞으로 통화신용정책은 더욱 조심스럽게 신축적으로 운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