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메르켈의 기업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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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 총재가 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에 오르게 된 것을 계기로 상당한 변화의 길에 들어설 전망이다.
특히 우리의 관심인 경제부문과 관련해서는 그가 공언해왔던 대로 '친기업정책'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메르켈의 '기업사랑'은 각별하다.
이는 그의 기업인맥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폭넓다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물리학자 출신인 그가 기업인들과 접촉한 것은 환경장관에 취임한 1994년부터로 알려져 있다.
'기업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란 이유였다.
단순한 친분관계가 아니라 3년 전부터는 유명 기업인들과의 이너서클까지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력 기업의 총수들도 포함돼 있다.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CEO(최고경영자),클라우스 클라인펠트 지멘스 회장,불프 버노타트 에온(에너지회사) CEO,에케하르트 슐츠 티센크룹(종합기계회사) CEO,위르겐 함브레히트 바스프(화학그룹) 회장,위르겐 슈트루베 바스프 전 회장,알렉산더 디벨리우스 골드만삭스 독일총괄사장 등이 주요 멤버다.
독일기업인협회(BDI)의 루돌프 폰 바르텐베르크 이사가 메르켈과 기업인들을 연결시키는 가교역할을 맡고 있다.
메르켈이 재계 인사를 만날 때 그의 베를린 빌라를 이용할 정도다.
메르켈이 하인리히 폰 피어러 전 지멘스 회장을 경제자문관으로 내정한 것도 오랜 인연이 배경이 됐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역시 기업인들의 경험과 머리를 빌렸지만,접근자세는 메르켈과 크게 다르다.
슈뢰더는 1988년 총리 후보로 나설 때 IT전문가인 요수트 슈톨만을 경제자문관으로 내정했다가 정작 총리에 당선되자 다른 인물을 기용했다.
슈뢰더는 이후에도 경제자문관을 일관성 없이 자주 교체해 정치적인 인기만 챙기려 든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사실 유럽에서 '기업사랑'은 공공연하게 확산되는 추세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총리는 외국기업의 인수합병(M&A) 공격에서 통신 생명공학 카지노 백신 군수 등 10개 전략업종의 기업을 방어해주기 위한 입법을 추진중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보호주의란 비난을 무릅쓰고 올 들어 2개 중소은행이 네덜란드와 스페인에 넘어가는 것을 막았다.
폴란드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이후 과감한 규제철폐,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감면 또는 조정 같은 친기업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는 어떤가.
'기업사랑'은커녕 경영자는 마치 죄인처럼 취급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을 꾸려가는 재미도 없고 의욕도 없다"며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자꾸 약해져 간다.
한 경영자는 애정과 이해는 아니더라도 질시와 반목의 시선만이라도 반뼘쯤이나마 낮아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독일은 아직도 연간 1000억유로(124조원)의 통일비용을 꼬박꼬박 지출하지만,여전히 세계 3대 경제대국이다.
메르켈의 기업사랑은 독일경제를 받치는 버팀목의 하나가 아닐까.
국제부 차장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