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오는 2008년 대선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워싱턴 정가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부시 현 대통령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다 재개표 소동끝에 고배를 마셨던 고어가 최근 들어 사업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부쩍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드러지 리포트는 11일 정치분석가들과 정치헌금 모금자들의 말을 인용, "고어 지지자들이 `이제는 고어 시대가 왔다. 고어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그를 차기 대선 대열에 합류시키려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드러지 리포트는 또 "그가 최근 눈에 띨 정도로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은 대선 재도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고 부연했다. 실제 고어는 지난 8월초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TV 방송사인 `뉴스월드 인터내셔널 채널'을 인수, 새로운 개념의 방송사 `커런트 TV 네트워크' 방송을 시작했다. 비록 케이블 TV이지만 취업, 과학기술, 연예, 시사현안 등을 다루는 신세대 취향이다. 고어는 `커런트 TV'에 대한 정치 개입 가능성과 관련, "당파적이거나 이념적이 되려는 의도가 없는 만큼 결코 정치적 창구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는 나아가 "진보적 라디오방송인 `에어 아메리카'처럼 민주당의 방송이 될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 일각에서는 `커런트 TV'가 부시 대통령의 보수진영을 대변하는 폭스 TV와 맞먹는 방송으로 자리매김하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굳이 감추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커런트 TV'는 현재 미국내 약 2천만 가구가 접속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고어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했을 때 사재를 털어 항공기를 전세내 수몰된 뉴올리언스 병원에 갇혀 있던 환자 등 약 270명을 긴급 구조하기도 했다. 깨끗하고 준수한 용모로 `슈퍼맨'으로 통해온 고어 전 부통령이 그러나 2000년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정계로 화려하게 복귀, 차기대권의 출사표를 던질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게 미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