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유무역 체제의 확산과 세계시장 선점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들 간의 경쟁과 사회·경제적 규제 철폐와 같은 국제 산업·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산업정책에서 차지하는 표준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중국 등에서 표준을 주요 산업·무역 정책으로 채택한 근본적인 이유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체결한 무역기술장벽(TBT) 협정에 따라 회원국들이 자국의 규격이나 기술기준을 제정·개정할 경우에는 국제규격을 채택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도 연구개발사업 추진시 표준화 전략과 연계하는 등 표준화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세계 3대 국제표준화기구인 ISO, IEC, ITU에서는 올해 세계 표준의 날 주제로 '안전한 세상을 위한 표준(standards for a safer world)'을 채택할 정도로 표준이 담당하는 대상 범위는 광범위해지고 있다. 정부도 금년 말 국가표준화 과제를 집약화하고 체계화하여 중장기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제2차 국가표준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 계획을 토대로 국가표준 활동을 선진화하고 복지·환경·안전 및 품질기반을 확립해 국가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영국보다도 10년 앞선 68년에 HDTV를 개발했다. 이전까지 TV는 미국식 프랑스식 독일식의 3개 형식만 운영돼 왔다. 하지만 86년 크로아티아의 듀브로브닉 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은 일본의 HDTV 시스템의 주요 사안에 대해 반대함으로써 일본 기술의 국제시장 진입을 막아버렸다. 이후 유럽국가들은 유레카프로젝트를 출범해서 유럽식 HDTV방식을 개발,일본의 국제시장 진출을 막아 일본을 자국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이런 점에서 기술기준을 국제표준에 부합화하고 단일화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확보 관점에서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의 기술과 문화를 국제표준에 반영시키는 것이 향후 선진국으로 가는 선결과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