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파이의 파산신청으로 직격탄을 맞아 파산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가 이번에는 외부의 경영권 도전에 직면했다. 특히 도전장을 내민 주인공이 다름아닌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미국의 억만장자 커크 커코리언(87)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커코리언은 자신이 10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트라신다 코프를 통해 현재 9.5%인 GM 지분을 9.9%로 늘리고 GM 이사회에 이사를 파견,경영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반영,11일 뉴욕증시에서 GM 주가는 M&A(인수합병)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날 10% 가까이 급락했던 데서 벗어나 3.69% 오르는 반등세로 돌아섰다. ◆M&A 가능성 대두 이날 GM의 M&A설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트라신다의 GM 지분 확대 계획을 별다른 조치없이 승인했다고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트라신다는 지난달 21일 "현재 9.5%인 GM 지분을 9.9%로 확대하고 GM 이사회에 이사파견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었다. 이에 대해 연방정부가 '문제없다'고 판정을 내린 것이다. 커코리언은 트라신다를 앞세워 GM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추락한 이후인 지난 6월부터 GM 주식을 매집해 왔다. 지난 6월엔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7.2%로 늘렸다. 지난달 초에는 다시 9.53%로 확대했다. 그는 이번에 연방정부의 승인하에 지분을 9.9%까지 늘릴 수 있게 됨에 따라 주식매집엔 가속도가 붙게 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날 9.93% 급락했던 GM 주가는 이날 3.69% 오른 26.42달러로 마감,안정을 되찾았다. ◆커코리언의 '의도' 트라신다는 지난달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분확대는 온전히 투자목적으로 GM에 영향력을 행사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커코리언도 그동안 "자신은 단순투자자일 뿐이며 GM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었다. 그런 만큼 그가 당장 GM의 경영권을 빼앗으려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월가에서는 그러나 커코리언이 GM에 이사를 파견하는 것이 가능해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크라이슬러와 IBM의 최고 재무책임자(CFO)를 지내면서 구조조정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제롬 요크를 지난 5월 영입한 것은 이사회 진입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롬 요크를 앞세워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분사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커코리언은 지난 90년 크라이슬러의 지분을 투자목적이라고 매입한 뒤 지난 92년에 경영권을 요구한 경험도 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그가 여의치 않을 경우 아예 GM에 대한 M&A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커코리언은 89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세계 41위 부자로 'M&A의 대가''기업사냥꾼' 등으로 불린다. ◆계속되는 '델파이 충격'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이날 GM과 금융자회사인 GMAC의 신용등급을 추가로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날 GM에 대한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던 S&P가 GMAC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또 뉴욕증권거래소는 이날 "델파이의 거래량이 너무 적다"며 보통주 거래를 정지시켰다. 2009년 5월 만기 및 2029년 5월 만기 회사채도 거래정지됐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GM과 델파이 채권가격은 급락,국채와의 수익률 격차가 더욱 커지는 등 후폭풍이 계속됐다. 파이어니어 펀드의 마가렛 파텔은 "델파이의 파산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발행한 채권 전체가 장막에 덮혔다"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